서울 마라나타 교회 이영은 목사
본문 : 요한복음 21장 1~25절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두 번씩이나 나타나신 후 베드로가 한 말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간다”입니다.
그 전에는 예수님을 따라 다니는 게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예수님이 옆에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예수님을 따라다니지 않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서 기뻤지만 이전의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그물도 버리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좇아 다녔는데 왠지 모를 허탈함과 상처가 그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눈앞에서 보았던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는 너무 처참한 장면과 두려워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것들은 베드로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경험들 이었겠지요,
그리고 다시 살아나셔서 눈앞에 나타나셨는데….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니 용량이 초과되어 아무 생각이 안납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나는 물고기나 잡으러 가야 겠다’는 것입니다.
밤새도록 물고기를 잡는다고 앉아 있기는 했지만 마음이 무너질대로 무너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 또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그물을 오른편에 던지라고 하십니다.
말씀대로 했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장면은 삼년전 예수님이 베드로를 부르러 오셨을 때 베드로가 처음으로 예수님을 만났던 바로 그때와 같습니다.
그때 고기 잡던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사람을 취할 것이라고 하시면서 소명으로 부르셨습니다.
베드로는 가지고 있던 그물을 버려 두고 그 자리에서 즉시 예수님을 따랐었습니다.
그날처럼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그 앞 숯불에 생선과 떡으로 조반을 손수 차려 놓고 먹으라고 부르십니다.
조반을 다 마친 후 어색한 침묵을 깨고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처음으로 입을 여십니다.
“베드로야 너는 나를 여기 있는 이 사람들 중에서 누구보다 가장 사랑하느냐?”
이 질문이 베드로의 감정을 깨우기 시작합니다.
“네. 주님. 내가 주님을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주님도 아시지요?”
3년전 주님을 만난 추억과 부르심의 소명, 예수님만 계시면 모든 게 다 해결됐던 기억들, 언제나 처럼 따뜻하게 먹이시던 그 손길, 숯불 위의 구수한 생선냄새, 그리고 베드로의 고백.
세 번이나 물어 보시는 예수님께 대답하면서 자기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을 주님도 알고 계신다는 확신 속에서 베드로의 움츠리고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열어지고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때 주님은 베드로에게 다시 소명을 주십니다.
“내 양을 먹이라, 그리고 나를 따르라, 이제부터는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서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것이다”
예수님이 갈릴리 바닷가 게네사렛 호수가에서 3년전 처음 베드로를 부르신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때처럼 베드로는 여전히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베드로는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가장 사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