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 와중에 ‘반포 똘똘한 한채’ 논란을 빚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코스피가 사흘째 연고점을 경신하며 2300선을 돌파한 것을 두고 “코로나 위기의 성공적 대응이 한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자찬했다.
다만 시장에선 코스피가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크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종식되지 않았고, 잠시 주춤했다 다시 집단감염 여파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란이 여전하다. 집중 호우로 전국이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노 실장의 경제 자화자찬이 너무 때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은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처분이 종료되고 난 뒤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종합주가지수가 4일 연중 최고가를 넘어서더니 어제는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300포인트를 돌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쇄 없이 코로나19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및 기간 연장 등으로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시장이 우리 경제를 신뢰한다는 징표같아 든든하다”고 남겼다.
실제로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3% 오른 2342.61에 장을 마감했다. 연고점을 돌파하고 2300까지 가더니 2350 직전까지 바짝 올라왔다. 이날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코스닥 역시 0.81% 상승한 854.12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2300을 넘긴 건 2018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그만큼 긍정적인 신호지만, 전문가들은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데다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한 만큼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조정 없이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현 상황이 과열 국면은 맞다”며 “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지표상으로 절대 편한 구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용 지표 부진과 미·중 갈등 또한 여전히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지표가 ‘쇼크’라고 할 정도로 위축됐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한국 증시가 수급에만 의존해 상승을 이어가기에는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밋빛 전망만 이어갈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코스피가 이미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PDR(주가꿈비율) 등 새로운 밸류에이션 지표 등장 자체를 과열 신호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실장 발언의 내용과 별개로 타이밍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전세 월세 논란이 이어지고, 아무리 규제해도 집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2015년 전세대란 이후 가장 높았다. 부동산도 경제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데, 주가 상승만 가지고 정부의 치적을 따지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국적 호우로 피해 이재민이 2000명을 넘어섰고, 시설 피해 접수만 6123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잘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 여론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비판도 있다.
노 실장의 페이스북은 그동안 크고 작은 논란을 낳았다. 노 실장은 지난 4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역량을 홍보하면서 스페인 등 상황이 심각한 다른 나라들과 ‘사망자 수’를 비교해 논란을 빚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사망자 수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그러면서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 고통을 겪는 타국에 대한 결례란 비판이 일었다.
노 실장은 지난해 7월엔 “문재인 정부가 분배는 중시하면서 성장은 소홀히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국민 1인당 GDP는 연평균 1882달러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258달러, 박근혜 정부 814달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 실장이 올린 그래프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명박정부 당시 1인당 GDP 증가액은 258달러로, 우측에 표시된 500달러의 중간까지 막대가 올라와야 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박근혜정부의 경우에도 814달러를 기록해 그래프가 1000달러에 근접하도록 그려져야 하는데 오히려 500달러에 가깝도록 표현됐다. 3차원 그래프인점을 감안해도 진보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그래프를 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노 실장은 지난해 6월 28일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비서실장으로 일한지 6개월을 맞아 국정 성과를 국민께 직접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반포 대신 청주’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노 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과 괴리된 자화자찬을 이어간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 가장 심각한 경제, 민생 문제는 부동산”이라며 “지금은 다른 걸 자랑할 때가 아니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국민께 부동산 대란을 사과하고, 주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겠다고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