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무서워 계곡·강 가요… 장마 폭탄에도 피서객 북적

입력 2020-08-08 00:16
강원 횡성소방서 구조대원들이 3일 오후 횡성군 갑천면 병지방리 병지방계곡에서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중부지방 기준 44일째 이어지는 장마에 재산·인명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여름 휴가지로 계곡이나 강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간 외출을 자제한 보상심리, ‘3밀’(밀접·밀집·밀폐) 공간을 피하려는 경향 등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올해 장마의 특성상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신모(31·여)씨는 지난달 30일 친구들과 강원도 영월을 찾았다. 1년 전부터 계획해뒀던 해외여행을 코로나19 때문에 취소한 터라 여름휴가만큼은 야외에서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당일 영월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지만 신씨 일행은 물놀이를 즐겼다. 신씨는 “새벽 내내 고민하던 차에 비가 찾아들었다”며 “위험하다기보다는 물살이 세니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32·여)도 아들, 남편과 함께 강원도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처음엔 워터파크를 생각했지만 코로나19 걱정이 앞섰다. 대안은 래프팅이었다.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비가 내리자 A씨는 래프팅 업체에 전화를 걸어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경우에 운영이 중단되느냐”고 물었다. 업체 직원은 “군청에서 행정명령이 내려오면 영업을 중단한다”고 답했다. 재난 문자가 연신 휴대폰을 울렸지만, 안심시키는 직원의 말과 잦아든 빗줄기에 A씨 가족은 보트에 올랐다.

지난 2일 급류에 휩쓸린 20대가 숨진 강원도 철원의 계곡 이름을 SNS에 검색하자 최근 나흘새 올라온 10여건의 게시물이 나왔다. 대부분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과 친구들끼리 물놀이·캠핑을 즐긴 사진이었다. “비가 미친 듯 오다가 그쳐서 아이를 튜브에 태웠다”거나 “래프팅을 즐겼다”는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외에서의 물놀이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엔 국지성 폭우의 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손뼉을 세게 치는 만큼 소리가 크게 나는 원리”라며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반도 북서쪽의 찬 공기가 힘을 겨루는 결과가 장마인데, 올해는 양 기단의 힘이 팽팽해 충돌도 세다”고 설명했다.

당장 비가 내리지 않아도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일기예보상의 강수량은 특정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지만, 계곡 등 하천에는 근처의 물이 모두 모여 훨씬 빠르게 불어난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80㎜가 내리면 계곡물이 수십 초만에 폭포수가 된다”며 “비 오는 걸 인지한 다음 물에서 나오려고 해선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호중 순천향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반인이 구명조끼 하나 걸쳤다고 해서 무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구조대원들도 한 순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꼭 가야겠다면 튜브에 줄을 묶는 등 철저히 준비하고 응급 상황 대처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