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기술 자립’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는 등 미·중 기술전쟁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반도체 산업에서 자립을 이뤄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최근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하는 자국 반도체·소프트웨어 산업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15년 이상 운영해온 반도체 제조기업이 28㎚(나노미터·1㎚는 100만분의 1㎜) 이하를 고도화 공정을 적용할 경우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65㎚ 이하 28㎚ 초과 반도체 공정을 적용하는 기업에는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5년간 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세제 감면 혜택은 처음으로 흑자를 내는 해부터 적용된다.
이번 정책은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을 파격 지원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초미세화 공정을 앞당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나 대만 TSMC는 이미 7㎚ 공정 개발에 성공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의 초미세화 공정 능력은 크게 뒤처져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 28㎚ 공정 개발에 성공한 SMIC와 화훙이 세제 감면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거론된다.
SMIC는 최근 76억달러(약 9조원)을 투입해 28㎚ 이하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 생산할 라인을 베이징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국내외 증시 상장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SMIC는 지난달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주 중심의 커촹반(스타 마켓) 2차 상장을 통해 9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 산업의 진흥을 위해 국유펀드인 ‘국가 집적회로산업 투자펀드’를 결성해 1차로 218억 달러(약 26조원)를 모집했고, 지난해에는 2차로 29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모집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 다국적 기업의 중국 내 연구개발(R&D) 센터 설립과 중국 기업과 해외 기업의 협력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편성과 관련한 중요 지시에서 정부와 인민이 모두 단결해 계획을 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 5개년 계획을 만들고 실시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치국이정(治國理政·국가 통치 이념)을 실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5개년 계획은 경제·사회 발전 등 여러 분야, 인민의 생산 및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정부의 전략을 강화하고 인민의 지혜와 전문가들의 경험을 충분히 흡수해 14차 5개년 계획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 자립을 꿈꾸고 있어 시 주석의 지시도 자립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향후 5년간 적대적 대외환경에 맞서 국내 경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과학원은 “강대국 간 전략 게임이 강화하고 국제질서가 재편되면서 향후 5년간 중국이 지난 100년간 보지 못한 주요 변화가 발생할 것”며 미·중 갈등에 대비한 경제 자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