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 당근만 있고 채찍은 없는데, 어떻게 되는 거죠?”(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 “묵시적 협박이 된다고 봅니다.”(검찰)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오간 영장판사와 검사의 문답이다. 이 전 기자 측은 김 부장판사의 질문이 향후 법정 공방을 꿰뚫는 핵심이라고 본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위 제보를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강요미수)로 지난 5일 구속기소됐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영장심사에서 묵시적 협박이란 표현을 많이 썼다”며 “(녹취록 등의) 전체적 취지를 고려하면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 측은 검찰이 확보한 물증에서 채찍으로 비유한 ‘협박’의 명시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영장판사 지적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수사 때와 달리 재판에서는 모든 증거가 공개되므로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리라 예상한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와의 대화 녹취록,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전체 내용을 보면 김 부장판사처럼 ‘채찍은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씨는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기자가) 총선 개입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는 지씨가 반복해서 총선을 언급하자 오히려 이 전 기자가 “(보도 시점이) 총선 전이든 후든 아무 문제가 없다” “왜 총선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기자 측은 지난 2월말 지씨에게 “(이 전 대표가 협조를)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라고 말한 것도 맥락상 협박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라젠 관련 수사팀이 결성된 상황에서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전망을 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전 기자 측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강요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강요죄의) 상대방이 이익을 기대해 그 대가로서 요구에 응했다면, 겁을 먹게 할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역시 검찰 수사를 면하는 이익을 기대했으니 강요미수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이 전 기자 측의 해석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지씨를 통해 이 전 대표를 묵시적으로 협박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점은 검찰에 유리한 대목이다. 한 지방법원의 판사는 “사실상 명시적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공포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