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75주년이 되는 6일,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이 일본 정부를 향해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마쓰이 시장은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 기원식’에서 비핵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모순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강조했다.
마쓰이 시장은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핵무기금지조약(TPNW)은 둘 다 핵무기 폐기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조약”이라며 “세계의 지도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이 틀이 유효하게 기능하도록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본 정부를 향해서 “핵보유국과 핵 비보유국의 중개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핵무기금지조약 참가를 촉구하는 피폭 피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조약의 체약국이 돼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전 세계 사람들이 피폭지 히로시마의 마음에 공감하고 연대하도록 호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조약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한 걸음 한 걸음 전진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변함없는 사명”이라는 원론적인 메시지만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행사가 끝난 후 열린 피폭자 단체 대표단과의 면담에서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일본의 접근 방식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면서 조약 참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안보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금지조약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조약은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의 3분의 2가 넘는 122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으나 일본 한국 미국 등 다수의 주요국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핵무기금지조약이 목표로 하는 핵무기 폐기라는 목표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사용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서는 핵 억지력을 갖기 힘들다. 일·미 동맹 하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의 ‘핵우산’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일본 언론들도 비핵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교토신문은 ‘원폭의 날, 시대를 거스르지 말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핵 폐기를 리드해야 할 일본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며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에 참여해 세계에 (비핵화를 위한)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