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폭발 질산암모늄, 러시아 선박에 실려왔다”

입력 2020-08-06 17:04 수정 2020-08-06 17:18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폭발로 잔해만 남은 창고를 5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AP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량의 질산암모늄은 2013년 러시아 소유 선박이 싣고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질산암모늄은 옛 소련 국가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로 수출되려던 것인데, 운송 중 베이루트항에서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로수스라는 이름의 이 배가 질산암모늄 2750t을 싣고 모잠비크로 향하던 중 2013년 베이루트항에 압류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선박은 급유차 그리스에 멈췄고 당시 선주는 운항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 화물을 실어야 한다며 베이루트를 우회했다. 러시아의 국제운송노동자연맹에 따르면 로수스는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항만 이용료 미납, 선원들이 제기한 불만 등을 이유로 당국에 억류됐다. 선박 소유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사업가 이고르 그레추슈킨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이튿날인 5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한 항구 인근을 촬영한 위성 사진. AP연합뉴스

레바논의 바드리 다헤르 관세청장은 배에 실린 질산암모늄이 “떠다니는 폭탄에 버금간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이 배는 베이루트항에 도착한 이후 한번도 항구를 떠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또 레바논 세관 측은 질산암모늄을 계속 방치하면 위험하다며 출항을 요청하는 공문을 법원에 보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해상교통청은 “이번 폭발 사고와 조지아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화물 운송과 가공, 보관은 수출국이 아닌 수입국 책임”이라고 밝혔다. 또 “화물은 이미 7년 전 바투미항을 떠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산암모늄은 조지아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다. 레바논 당국은 지난 4일 발생한 베이루트의 초대형 폭발 사고는 항구 창고에 안전 장치 없이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최소 130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