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량의 질산암모늄은 2013년 러시아 소유 선박이 싣고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질산암모늄은 옛 소련 국가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로 수출되려던 것인데, 운송 중 베이루트항에서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로수스라는 이름의 이 배가 질산암모늄 2750t을 싣고 모잠비크로 향하던 중 2013년 베이루트항에 압류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선박은 급유차 그리스에 멈췄고 당시 선주는 운항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 화물을 실어야 한다며 베이루트를 우회했다. 러시아의 국제운송노동자연맹에 따르면 로수스는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항만 이용료 미납, 선원들이 제기한 불만 등을 이유로 당국에 억류됐다. 선박 소유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사업가 이고르 그레추슈킨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의 바드리 다헤르 관세청장은 배에 실린 질산암모늄이 “떠다니는 폭탄에 버금간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이 배는 베이루트항에 도착한 이후 한번도 항구를 떠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또 레바논 세관 측은 질산암모늄을 계속 방치하면 위험하다며 출항을 요청하는 공문을 법원에 보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해상교통청은 “이번 폭발 사고와 조지아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화물 운송과 가공, 보관은 수출국이 아닌 수입국 책임”이라고 밝혔다. 또 “화물은 이미 7년 전 바투미항을 떠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산암모늄은 조지아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다. 레바논 당국은 지난 4일 발생한 베이루트의 초대형 폭발 사고는 항구 창고에 안전 장치 없이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최소 130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