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통과 후 전세 불안감이 커지는 와중에 어렵게 집을 구한 임차인을 두 번 울리는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량 부족, 가격 폭등 우려로 조급하게 전세를 얻으려다 피해를 볼 수가 있어 특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 거주 20대 사회초년생 김모씨는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세자금대출(중기청)’로 받은 6000만원에 아버지 사망보험금을 보태 지난해 다세대주택 전세를 구했지만 보증금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김씨는 ‘선순위 근저당 1건으로 매우 안전한 건물이라 경매가 진행돼도 보증금을 받는다’는 공인중개사 말을 믿고 지난해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당 주택은 일명 ‘깡통전세’였다. 임대인이 대출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였다. 집은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 중으로 선순위 피담보채무 등이 최소 9~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근저당권자인 은행은 물론 다른 기존 세입자들이 선순위 배당을 받으면 김씨에게 할당될 돈은 없는 상황이다.
하루아침에 6000만원 빚을 떠안게 된 김씨는 개인회생제도를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집도 없고 만져본 적도 없는 6000만원을 갚기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신모(40)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5500만원을 못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5개월간 전셋집에 남아있다. 지난 3월 계약 만료 당시 집주인은 “돈이 없다”며 연락을 끊었다. 신씨가 황급하게 주민센터와 세무서에서 서류를 떼보니 집주인은 이미 전세 계약 전 신탁회사에 자산양도를 한 상황이었다. 분양사무소와 집주인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전셋집에서 무기한으로 버티고 있는 신씨는 “만약 돈을 못 받으면 어디서 돈을 마련해 어떻게 전세를 구할지 막막하다”며 “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한다는데, 우리같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도 만들어어 달라”고 했다.
법무법인 주원 김진우 변호사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보증금은 곧 재산 전부인데, 전세 사기는 이들의 경제 기반과 인생 계획 모두를 망가뜨리는 심각한 범죄”라며 “집주인들이 동시에 여러 임차인에게 전세를 내주는 걸 감하면 다수의 피해자가 줄줄이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임대차 3법으로 집주인의 전세 메리트가 줄어들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임대인은 보증금을 상환하거나 조속히 월세로 바꾸겠지만, 어려운 임대인은 한동안 전세시장에 남을 것”이라며 “‘고리스크 전세화’가 팽배해지고 전세 사기의 위험은 더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교 교수는 “매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 전세가가 올라도 매매가를 밀어 올리지 못하는 비선호 주택을 무리하게 얻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성급한 의사결정보다는 계약을 하기 전 꼼꼼히 따져봐야 소중한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