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하루 사이에 신임 감독 선임 건이 촌극으로 끝나면서 인천 유나이티드가 더욱 급해졌다. 성적 부진에 재정난으로 그러잖아도 곤란한 구단 상황에 새 감독으로 유력했던 이임생 감독과의 협상까지 결렬, 좋은 감독을 구하기가 더욱 난망한 상황이다. 리그 일정이 절반 이상 지나간 상황에서 다른 팀과 승점이 8점까지 벌어진 데다 임중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서 팀을 지휘할 수 있는 기간도 4주밖에 남지 않았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5일 오후 이사회가 열린 뒤 이임생 감독과 전화 면담을 거쳤으나 양측의 조건 차이와 보도 뒤 여론 부담을 이유로 협상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단 윗선이 개입해 이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5일 오전부터 이임생 감독의 선임이 확정적이라고 구단 인사들을 인용한 보도가 쏟아졌고 구단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으나 결국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이번 일의 후유증은 적지 않다. 선임 작업 자체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정황이 많아서다. 인천에서는 불과 한달 전 유상철 명예감독이 팀을 맡겠다고 나섰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감독 후보를 추리는 업무를 맡은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은 이번 일이 있기 며칠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구단 사무실 사진과 함께 “지친다…꼭두각시”라는 글을 올려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상철 감독은 이임생 감독 선임을 추진하는 과정에 자신이 역할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문제다. 현재 감독대행을 맡은 임중용 수석코치가 계속 감독을 대신할 수 있는 기간은 총 60일이다. 지난 6월 27일 임완섭 감독이 사임한 뒤 임중용 대행이 울산 현대와의 경기 뒤인 지난달 6일 연맹에 등록한 게 기준이다. 만일 60일째인 다음달 4일까지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감독을 구하지 못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인천의 K리그1 참가 자격 자체가 무효가 된다. 연맹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리그 참가 자격 박탈까지 가기보다는 승점 삭감 등 다른 조치가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P급 지도자 자격을 갖춘 감독은 170여 명으로 적지 않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인천 감독직 자체가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야 하는 ‘극한직업’인데다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부담을 느낄 이들이 많아 새로 좋은 후보를 구하는 작업 자체가 순탄할지는 의문이다. 임중용 대행도 P급 자격증을 취득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회에 따르면 다음 P급 지도자 연수는 연말에나 열릴 예정이다. 연수 기간도 최대 2년이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사실상 후보군 물색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전부터 접촉한 분들도 있고 의사를 타진해본 분들도 있어 처음보다는 작업이 수월하겠지만 P급 자격증을 갖춘 K리그 경험 있는 감독이 손에 꼽을 정도다 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완섭 감독이 사임한 직후에는 외국인 감독 이야기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 한 달 안에 모시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천은 올 시즌 전체 27라운드 중 14라운드를 치른 현재 승점 5점으로 리그 꼴찌다. 14경기를 치르도록 승리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임중용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불명예스러운 연패 행진을 끊었고 경기력도 어느 정도 살아나는 분위기였지만 14라운드 광주 FC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바로 위 FC 서울과 수원 삼성과의 승점 차가 8점 차로 확대,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다음 경기인 성남 FC전 등 이어지는 일정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 ‘잔류왕’다운 반전을 기대하기조차 갈수록 어려워진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