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도 굉장히 신경 쓰죠. 안 그러면 격리 자체를 안 하려 할 테니까….”
해외에서 입국한 단기체류 외국인이 주로 머무는 인천 중구의 한 임시생활시설은 이들의 ‘식주(食住)’를 살뜰히 챙기고 있다. 오인택 정부합동지원단 전문위탁업체 팀장은 입소자의 종교적 성향이나 개인적 신념 등을 고려해 식사를 배정한다고 했다. 하루 세끼 식사 외에도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챙겨주기 위해 법무부와 전문위탁업체에서 외국어로 24시간 전화응대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찾은 이 시설은 객실이 5성급 호텔에 걸맞게 깔끔히 정돈돼 있었다. 12층 스탠다드 객실은 36㎡ 크기에 트윈베드가 갖춰져 있었다. 고층건물이라 창문 대신 호텔 공조시스템을 통해 환기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정부합동지원단 직원들은 입소자들이 호텔에 도착하면 신원 확인을 하고 자가진단 앱 설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방에서 이탈할 경우 강제 출국될 수 있다는 안내도 한다. 음식 성향도 파악한다. ‘일반 음식’, ‘돼지고기 없는 음식’, ‘채식’ 중에 고를 수 있다. 채식은 생선, 달걀, 유제품을 먹느냐 여부에 따라 다시 ‘일반 채식’, ‘인도식 채식’, ‘비건’으로 나눈다. 음식은 호텔에서 조리한 도시락으로 제공된다. 국방부 인력 16명이 도시락을 받아서 택배 등 물품과 함께 해당 호실로 배달을 한다.
배수미 임시생활시설 정부합동지원단장은 “입소자들의 민원으로는 물을 방으로 보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고 주문한 택배의 배송 상황 문의, 음식이 짜다고 설탕을 달라거나 커피를 달라는 경우, 샴푸가 다 떨어졌다고 요청하는 경우 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탁은 입소자가 직접 손빨래를 해야 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호텔 직원이 세탁물을 수거하거나 공용세탁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입소 외국인들은 2주간 격리되는 장기투숙객이 준 반면 단기투숙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단기투숙객은 외교·공무 목적이거나 입국 전 한국대사관에서 격리면제서를 발급 받아 온 격리 예외자들이 진단검사 결과 확인까지 1박2일간 대기하는 경우다. 고득영 반장은 “자가격리 면제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정부는 저위험국가(중국·베트남·캄보디아)에 14일 이내로 출장을 다녀오는 국내 기업인의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했다. 국가 간 경제교류가 정상화될수록 격리면제자도 늘어나게 되고, 임시생활시설 단기투숙객도 증가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임시생활시설이 앞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임시생활시설의 안전성 우려는 남아 있다. 최근 4명의 이탈자가 생기면서 이탈 방지책 강화 요구가 높다. 복지부 측은 “CCTV 설치 확대, 외곽경비 인력 강화 등을 위해 30명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다.
인천=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