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가요계는 ‘싹쓰리’(유두래곤, 린다G, 비룡) 후폭풍으로 들썩일 전망이다. 싹쓰리 돌풍에 힘입은 ‘뉴트로’(New(뉴·새로움)와 Retro(레트로·복고)의 합성어)가 옛 감성을 자극하며 대중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현재 뉴트로 열풍의 정점에는 싹쓰리가 서 있다.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지난달 25일 발매 직후부터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호령하고 있다. 커버곡 ‘여름 안에서’와 ‘그 여름을 틀어줘’도 10위권에 진입했고 린다G(이효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LINDA’(린다)와 비룡(비)의 레게 힙합곡 ‘신난다’, 유산슬을 떠오르게 하는 유두래곤(유재석)의 ‘두리쥬와’도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국내서 공개된 피지컬 앨범과 싹쓰리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나온 굿즈 상품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싹쓰리를 스쳤거나 이들이 불러온 뉴트로 열풍에 탑승한 음원들도 폭포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작곡가 주영훈은 코요태와 손잡고 싹쓰리 데뷔 후보곡이었던 ‘오 마이 서머’(oh my summer)를 지난 2일 발매했다. 제목은 ‘아하’(我夏)로 수정했는데 코요태의 히트곡 대다수가 두 글자라는 점에 착안해 멤버 신지가 직접 지었다. 이 곡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후보곡에 이름을 올린 후 음원 요청이 쇄도하면서 발매가 성사됐다. 곡 작업 비하인드를 담은 유튜브 영상은 100만뷰 돌파를 목전에 뒀다.
트렌디한 요즘 감성의 작곡가 박문치의 ‘Cool한42’(쿨한사이)도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90년대 추억을 되살리는 멜로디에 요즘 감성을 넣은 뉴트로 댄스곡이다. 박문치는 싹쓰리의 커버곡 ‘여름 안에서’를 대세를 입증했고 그의 곡 ‘Cool한42’ 역시 싹쓰리 데뷔곡 후보에 이름을 올린 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최종 선발 과정에서 탈락한 후 박문치가 직접 음원을 발매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이밖에도 혼성 그룹 ‘자자’와 박진영도 귀환을 알렸다. 특히 박진영은 선미와 함께 12일 80년대 유로 디스코풍의 ‘웬 위 디스코’(When We Disco)를 발매하는데 당시 음향장비로 녹음을 진행해 생생한 사운드를 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싹쓰리 열풍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며 K팝의 저력을 뽐내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타이완,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과 미국을 포함해 해외 45개국 차트에 진입했고 홍콩의 경우 차트 1위까지 올랐다.
특히 중국에 미친 싹쓰리의 열풍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한령 상황에서 싹쓰리가 돌풍급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세계적인 뉴트로 트렌드의 연장선이 아닌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의 한류 1세대의 감성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린다G는 90년대 아이돌 그룹 ‘핑클’로 활동할 당시부터 중화권 톱스타였다. 비룡 역시 K팝과 K드라마 열풍으로 중국 내 입지가 탄탄하다. 이들은 한류 1세대 스타일을 그대로 표방하면서 팬들을 그 시절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한류 1세대 팬들의 환호와 더불어 싹쓰리가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도록 한 건 유두래곤이다. 그는 현재 SBS 예능 ‘런닝맨’으로 중국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다. 중국 내 유재석 팬클럽은 싹쓰리의 앨범 7000장을 구매하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