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임대차 3법 등 영향 탓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전세 계약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됐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신규 계약 때 보증금을 최대한 올려 받으려 할 수밖에 없다. 실거주 요건 강화와 저금리 등 영향도 전세 물건 품귀를 일으켰다.
한국감정원은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전주 대비 0.17%를 기록했다고 6일 발표했다. 지난주(0.14%)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 30일(0.19%) 조사 이후 7개월여만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입주 물량이 많은 강동구(0.31%)가 지난주(0.28%)에 이어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크게 올랐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이번주 각각 0.30%씩 올랐다.
교육 여건 등으로 인기가 좋았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지는 아예 전세 매물이 없다. 대치동 D 공인 대표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현재 전세 매물이 없어 가격을 논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6·17 대책으로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기 위해선 2년 실거주를 해야한다. 이에 전세로 줬던 집에 직접 들어오거나 전입신고만 하고 집을 비워두겠다는 지주인이 나오면서 전세 물량이 더 줄고 있다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통과로 4년 안에 전셋값을 올리는 게 어렵게 되고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늘어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8억원에 내놨던 전세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25만원으로 돌리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은 58주 연속 상승세다. 강남4구 외에도 동작구(0.27%)와 성동구(0.23%), 마포구(0.20%) 등도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됐다. 동작구는 흑석·노량진동 위주로 오르며 지난주(0.19%)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성동구는 역세권과 학군 수요가 있는 행당·하왕십리동 등이 올라 지난주(0.21%)보다 더 올랐다.
경기도 전셋값도 0.29% 상승해 2015년 4월20일(0.35%) 이후 5년4개월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수원시 권선구(0.66%), 용인시 기흥구(0.64%), 구리시(0.62%) 등의 오름폭이 컸다. 지방 전체적으로도 전셋값이 0.18% 상승했다.
한편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 등 영향으로 아파트값이 2.77% 급등했다. 지난주(2.95%)에 이어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다. 특히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28.4%나 급등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