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과 장혜영, 두 청년 의원이 묻는다…‘좋은 정치란’

입력 2020-08-06 13:55 수정 2020-08-06 13:56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5일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류 의원은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뉴시스

정의당 청년 초선들이 국회를 바꾸고 있다. 권위에 맞서 자유롭게 옷을 입고, 민주당 중진의 발언을 두고 ‘혐오발언’이라 지적하며 청년다운 패기로 국회에 새바람을 불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지만 청년 초선들의 거침없는 행보로 정의당이 점차 국회 내 영향력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이들이 계파와 정당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던 기존 국회 질서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류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참석했다. 이후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성차별적인 발언이 쏟아졌지만 류 의원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년 남성 중심 국회, 어두운 색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국회) 관행을 깨 보고 싶었다”며 “정장을 입을 때는 ‘네까짓 게 무슨 정장이야’ 이런 말들부터 해서 항상 어떤 성희롱성 발언이라든지 혐오 발언이 있어 왔기 때문에 무슨 옷을 입어도 (비슷한 유형의 발언이) 있겠지 생각은 했다”고 했다.


류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사실 조금 캐주얼한 복장들을 섞어서 입었던 것은 50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라고 하지 않나. 검은색 어두운 색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이런 관행을 좀 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시민들을 위해 일할 때 비로소 세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회도 일하는 곳이고 (정장을 고집하지 않는 다른 일터와)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의 행동을 두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젊은 정치인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2040년에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될 거라는 우려가 든다”며 “쉰내 난다”고 비판했다. 김재섭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아니, 그 복장 어디가 어때서요. 국회가 학교인가요”라며“꼰대력 극강의 복장 지적, 다양성이 사라진 경직된 당 분위기, 여기 저기 터져나오는 미투를 보면서 이제 민주당에서 ‘민주’라는 말을 뺄 때가 된게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당은 명실공히 꼰대당”이라고 지적했다. 당에 상관없이 청년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경직된 국회와 폐쇄적인 거대 여당의 분위기를 비판한 것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뉴시스

장혜영 의원도 돋보인다. 앞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이후 장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을 두고 “장애인에 대한 비하·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고 후배 의원으로서 예의바르게 이 의원에게 조언을 했다. 이후 민주당 지지층 일부는 절름발이의 사전적 표현까지 들면서 장애인 비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장 의원에 대해 “어린것이 뭘 안다고 어른에게 면박을 주느냐” “사소한 것에 목숨건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 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6일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와 그분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는 정책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젊은 의원의 진심어린 조언을 수용한 것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오른쪽)과 류호정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안팎에선 류 의원과 장 의원이 선배 의원들에 주눅들지 않고 본인들의 소신을 살려가며 좋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오히려 정의당이 소수정당이다보니 두 의원이 당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소신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 야권 인사는 “민주당과 통합당 청년 초선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류호정과 장혜영에 비하면 존재감이 없다시피하다”며 “두 의원의 분발에 힘입어 주눅들지 말고 당에 쓴소리도 하고, 지도부에 요구도 해야 한다. 그게 청년 의원의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