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계열의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의상 논란’에 휩싸인 정의당 류호정(27) 의원이 6일 보란 듯 캐주얼한 청바지 차림으로 국회에 출근했다.
류호정 의원은 이날 하얀색 티셔츠와 하늘색 셔츠, 진청바지를 입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채 출근했다고 한국경제가 전했다. 류호정 의원은 의상 논란과 관련해 “이 정도 옷도 못 입나. 이런 일에 해명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당황스럽다”고 해당 매체에 말했다.
류호정 의원은 “(원피스는) 20~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입는 옷”이라며 “이 정도 옷차림에 쏟아지는 성희롱을 보며 깜짝 놀랐다. 반바지도 입었지만 큰 논란이 안됐는데 원피스는 용납이 안됐나 보다. 일반 여성들도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저와 같은 시선을 받아온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얘기했다.
이어 “여성이라서, 청년이라서 받는 차별에 대해 공론장이 열리기를 원했는데 원피스 하나로 이렇게 공론장이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면서 “앞으로는 더 당당하게 입겠다. 양복을 입어야만 국민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인가. 내가 일하기에 적당한 옷을 입겠다. 국회의원은 격식 차리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나는 결과로 말하겠다”고 했다.
21대 국회 최연소인 류호정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무릎이 드러나는 다소 짧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논란이 됐다. 옹호와 비판이 맞부딪힌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여성혐오나 성희롱적 발언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류호정 의원은 전날 언론을 통해 “본회의 때마다 중년 남성이 중심이 돼 양복과 넥타이만 입고 있는데, 복장으로 상징되는 관행을 깨고 싶었다”며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옷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응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류 의원이)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정의당 이정미 전 의원은 ‘뭘 입던 무슨 상관?’이라는 글을 통해 “21세기에 원피스로 이런 범죄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한다니, 정말 이럴 때 기분 더럽다고 하는 거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갑자기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이라며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출근복이고,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류호정 의원이 입었던 분홍색 원피스는 8만원대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 복장 논란 이후 온라인 매장에서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