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연설, 안전하고 이동 없어 돈도 안 든다”
당파적 이용…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법 위반 논란도
바이든도 전당대회 안 가고 자택있는 델라웨어서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적인 공간인 백악관을 당파적 목적에서 활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AP통신은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연방정부 건물에서, 또는 연방정부를 의미하는 근무복을 입고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해치법(Hatch Act)’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 이 법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예외를 적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오는 17∼20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릴 밀워키를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델라웨어주에서 생중계 방식으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는 방안과 관련해 “그것은 쉽다”면서 “확실히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훌륭한 공간이며, 우리는 그것(백악관 연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아마도 내 연설을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현장 전당대회를 강행하려던 방침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꺾이자 백악관 연설 계획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은 “안전의 관점에서 가장 쉽고, 비용적 측면에서도 돈이 가장 적게 든다”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참모들, 비밀경호국 요원들, 그리고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인력들이 전당대회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장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적인 정치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통상적으로 대선에 출마했던 대통령들은 격전 주(州)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그 곳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은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장소로 대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규범과 관습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치법에 따라 백악관 비서실장부터 관리직원, 행사진행 직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준비한 백악관 직원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윤리담당 변호사를 지냈던 리처드 페인터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백악관 직원들을 대거 연설 행사 준비에 참여시킬 경우 법을 어긴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이달 24∼27일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 장소를 놓고 혼선을 거듭했다. 공화당은 당초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플로리다주 잭슨빌로 장소를 옮겼다가 다시 샬럿으로 되돌아가는 방안을 한 때 검토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모든 행사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할 방식이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온라인과 현장 행사를 혼합한 방식으로 치러질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 대선에서 맞붙을 두 후보는 각각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각각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국 정치 전통에 따라 야당에 대한 배려로, 야당인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1주일 먼저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