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축소취지 어긋나”…일선경찰 수사권조정 후속법령에 ‘불만’

입력 2020-08-05 20:05

일선 경찰들이 검·경 수사권조정 대통령령 잠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잠정안이 검찰의 수사 권한을 축소하기로 한 본래의 검·경 수사권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청사에서 ‘수사권조정안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현장경찰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규문 경찰청 수사국장 등 본청 인원 30여명과 일선 경찰관 90여명이 참석했다. 이 국장은 잠정안에 대해 “경찰 의견이 일부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며 “경찰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했고, 향후에도 지속해서 수정 의견을 제출해 최적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명회에서는 잠정안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 관내 한 경찰서 팀장급 경찰관은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은 양 기관의 사무를 포괄하기 때문에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공동주관이 당연하다”며 “법무부가 단독으로 주관할 경우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잠정안에서 주관기관을 법무부로 두고 있는데, 각 조항의 유권해석이나 향후 개정 등을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에 마약범죄와 사이버범죄가 포함된 점을 두고도 비판이 일었다. 경기지역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마약범죄는 경제사범, 사이버범죄는 대형참사범죄로 분류했는데, 검사의 수사 권한을 여전히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법률이 정한 위임범위를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애초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경제·부패 등 6대 주요범죄로 제한했는데, 마약과 사이버범죄까지 대통령령에 추가하면서 검찰의 수사 권한 축소라는 취지 자체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 경찰은 “(경찰이) 70년 고생해서 겨우 집 한 채 마련한 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월세 내는 임차인인 것만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검사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라면 수사개시 범위에서 벗어나더라도 수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 부분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주 내로 수사권조정 대통령령 최종안을 확정해 입법 예고한다는 계획이다. 이종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1팀장은 “잠정안이 검찰개혁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경찰 의견을 전달하고, 입법예고 기간에도 수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