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폭발 후 2~3시간 동안 귀가 먹먹하다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5일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폭발 참사에 큰 충격을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루트에 사는 한국인 전표돈(52) 목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어제 집 밖에 있다가 폭발 소리와 강력한 후폭풍을 직접 느꼈다”며 “갑자기 바람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폭발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집은 폭발 현장과 8㎞ 떨어져 있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가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면서 “아내는 폭발 소리에 2~3시간 동안 귀가 먹먹했다”고 덧붙였다.
전 목사는 “현재 레바논은 바닥을 치고 있는 경제 파국으로 병원 직원들이 많이 해고됐다”면서 많은 부상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레바논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레바논에 다양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교민 김성국(52)씨도 “우리 집은 베이루트 밖에 있어서 폭발을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베이루트 교민들은 대부분 폭발 소리와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며 “일부 교민분들은 집 천장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져서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교민 중 일부는 폭발에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는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레바논에는 유엔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파견된 동명부대 280여명 외에도 국민 140여명이 체류 중이다. 외교부는 아직 접수된 교민의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대규모 폭발은 지난 4일 베이루트 내 항구에서 두 차례 발생했다. 레바논 당국은 항구 창고에 장기간 적재된 2750t의 인화성 물질인 질산암모늄 때문에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보원료로 사용된다.
레바논 적신월사(적십자사에 해당)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이 다쳤고,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루트에는 2주간의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