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 유료회원이 진짜 왕!’…유료멤버십 시장 쑥쑥

입력 2020-08-06 05:30 수정 2020-08-06 05:30

자취를 하는 취업준비생 이혜주(24)씨는 필요한 생필품을 대부분 쿠팡에서 주문하고 있다. 1인 가구인 만큼 크고 많은 양의 생필품보다는 자질구레한 생필품을 필요할 때마다 사다보니 빠른 배송이 가장 중요한 탓이다. 그렇게 해서 한달에 2900원만 내면 주문 금액에 관계없이 로켓배송을 받을 수 있는 ‘로켓와우클럽’에 가입했다. 다만 이씨는 “로켓와우클럽 멤버여도 신선식품은 1만5000원 이상 구매해야 로켓배송이 가능하더라”며 “요새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많이 사야하는 달에만 로켓와우클럽을 신청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제공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0년 2/4분기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총 거래액은 37조4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장분석업체 오픈서베이가 이날 발표한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0’을 보면 로켓와우, 스마일클럽 등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의 유료멤버십 이용률은 지난해 29.2%에서 올해 40.2%로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생필품과 신선식품 등 모든 쇼핑을 온라인으로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유료멤버십 서비스의 성장세도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유료멤버십은 적게는 한달에 2500원부터 많게는 일년에 3만원을 내면 일반 고객보다 더 많은 할인쿠폰을 제공하거나 더 높은 적립률 및 할인율을 적용해주고 무료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료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한 업체들의 가입자수는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롯데온의 유료회원제인 ‘롯데오너스’는 7월말 기준 가입자수가 매월 10%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4월 롯데온 출범 시와 비교하면 가입자수가 약 30% 증가했다.

티몬의 경우 ‘슈퍼세이브’ 가입자가 지난 6월 기준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 회원수는 올해 기준 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 유료멤버십을 선보였던 GS리테일의 ‘THE POP+(더팝플러스)’는 가입자수가 매월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및 근거리 쇼핑이 늘어나면서 유료멤버십을 통해 더 합리적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 제공

온라인 쇼핑이 늘고 유통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 한 방안으로 등장했던 유료멤버십은 2017년 스마일클럽이 탄생했을 때만 해도 생소했으나 이제는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가 됐다.

앞서 언급한 오픈서베이의 리포트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이 있는 만 20~49세 남녀 1000명의 휴대폰에 설치된 쇼핑 앱 수는 1인당 평균 6.1개에 달해 쇼핑 채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난 만큼 유료멤버십을 통해 충성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업체가 승기를 쥐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유료멤버십 회원인 소비자들은 의식적으로 해당 채널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직장인 한모(25)씨는 “유료멤버십에 가입하기 전에는 네이버나 여러 쇼핑몰을 찾아 직접 배송기간과 가격 등을 비교해보고 구매했는데 유료멤버십에 가입하고 나니 거의 모든 상품을 해당 사이트에서 구매하고 있다”며 “자주 구매하면서 해당 사이트가 익숙해지기도 했고 구매할 때마다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을 해준 덕에 신뢰도 생겨서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티몬 제공

티몬에 따르면 유료멤버십인 슈퍼세이브 회원이 일반고객보다 2.5배 이상 자주 쇼핑하고, 한번 쇼핑 시 일반고객보다 약 30% 더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온에서도 롯데오너스 회원의 매출이 전월 대비 각각 6월(28.9%), 7월(8.4%)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의 더팝플러스 회원 역시 일반 고객 대비 더팝플러스CAFE25 회원은 약 3.7배, 더팝플러스도시락&샐러드 회원은 약 2.6배 더 많이 구매했다.

충성스런 고객만 제대로 확보해도 매출과 구매 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업계는 유료멤버십 회원에 대한 혜택을 더욱 늘리고 있다. 업체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소비자는 더욱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일종의 윈-윈 전략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유료멤버십 회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면 기존 회원은 멤버십을 연장할 이유가 생기고, 비회원 고객에게는 멤버십에 가입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에 충성고객을 늘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네이버도 유료멤버십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해 기존에 유료멤버십을 운영하던 유통업체들은 고객을 잡아둘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달 30일 네이버는 ‘플러스멤버십’의 유료 전환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플랫폼이다 보니 쇼핑 외에도 즐길 수 있는 기능이 많은데 이커머스는 쇼핑 외에는 줄 수 있는 혜택이 없다보니 ‘우리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각 업체들마다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