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 울상인데, 해운업계 웃는 이유는

입력 2020-08-05 18:05 수정 2020-08-05 19:09
OECD, 전 세계 교역량 -9.5% 예고
한국 수출입 모두 4개월 이상 역성장

정부 발표 지표 나쁘지만 물류 단가 오른 호재 있어
국제유가 하락도 해운업계 실적 개선에 ‘단비’


올해 전 세계 교역량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어 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운업계에는 순풍이 불고 있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실적이 개선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예기치 못했던 호황은 갖가지 상황이 맞물린 결과물로 분석된다. 오가는 물동량은 줄었어도 물류 단가가 대폭 오르며 실적 개선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선박 운항 비용까지 절감된 상황이라 하반기 업황 역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정부 발표 수치만 보면 해운업계의 업황은 가시밭길 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수입 역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수출 감소는 해운업계 실적의 바로미터인 교역량 감소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교역량은 6억3403만t으로 전년 동기(7억354t)보다 9.9% 감소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교역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종 지표에 먹구름이 꼈지만 기업의 실적은 예상과 달리 정반대로 움직였다. 국내 대표 해운선사인 HMM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적자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3분기(-466억원)나 4분기(-345억원)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르면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란 분석까지 제시된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 속에서 해운업계에 청신호가 켜진 가장 큰 이유로는 ‘단가’가 꼽힌다. 5일 영국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만 해도 701포인트였던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지난달 기준 1633포인트로 배 이상 치솟았다. BDI는 곡물·광물 등 고정된 형상의 화물 운임 추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서 집계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의 흐름도 엇비슷하다. 지난 1월 999.3포인트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잠시 하락하다 지난달에는 1150.0포인트까지 급상승했다.

물류 비용과 달리 하강 곡선을 그린 국제유가 덕도 톡톡히 봤다. 지난 1월 배럴 당 69.65달러까지 올랐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42.97달러까지 하락했다. 요금은 비싸게 받는데 운송 비용은 저렴하다보니 실적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빈 컨테이너로 오가는 일이 대폭 줄면서 실속을 챙긴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