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민 위한 알리바이? 주택공급대책에 반발하는 여당 의원들

입력 2020-08-05 18:05

정부가 지난 4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직후 해당 지역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판 님비’라는 지적에도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당내에서는 ‘지역구 민심 달래기’와 ‘실속 챙기기’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5일 “정부 대책을 막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고 지역구 주민들을 향한 메시지라고 본다”며 “당장 지역구민들의 비판이 쇄도하는데,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무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지역구민의 불만을 감안한 일종의 ‘알리바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신규택지 개발 지역으로 꼽은 경기 과천과 서울 마포 지역 의원실에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의원들의 공개 반발은 충분한 지역 인프라 구축 등 실속을 챙기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민주당 소속인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민 의견을 담은 서한을 보냈는데, 여기에는 태릉 골프장까지 지하철 6호선을 연결하는 방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촉진 시행 등의 요구가 담겼다. 이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앞으로 지역구민의 우려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우리 의견이 어떻게 후속 대책에 잘 반영될 수 있을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내 잡음이 커지자 서둘러 교통정리에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주택공급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공급 문제를 밀도 있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고밀도 개발·공공임대주택 확충 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던 곳들을 상대로 정책 조율을 진행해 이견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 입장은 이해된다”면서도 “공공주택은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 ‘내 지역은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을 만들더라도 층수를 다양화하고 주거 여건을 좋게 해야 한다는 식의 건설적 제안은 오케이”라고 덧붙였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