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변칙·불법거래 엄벌”
9억원 기준선 비현실성 논란
정부가 시세 9억원 이상 주택 매매와 관련해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한 조사를 상시화하고 조사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하기로 했다. 서울권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한 8·4 대책 발표 직후부터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9억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정부의 조사 강화 방침이 주택 거래를 더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주택 거래 조사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공급 대책의 주요 개발 예정지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과열이 우려되는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집값 담합, 부정청약, 세금 탈루 등에 대한 조사·수사 및 단속을 강화하겠다. 변칙·불법거래 의심사례는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처음 열린 회의에는 기재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뿐 아니라 국세청장, 경찰청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조사 담당 기관 수뇌부도 참석했다. 9억원 이상 주택 거래와 관련해 탈세나 이상 거래가 의심되면 세무조사, 금융거래 내역 조사뿐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상시 조사 대상인 고가주택 기준선을 9억원 이상으로 설정한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은행권에서 대출 규제 등으로 활용하는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이미 서울 전 지역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3월 기준 9억1812만원에 이른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이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9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정부 조사가 실효성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오히려 투기꾼이 아닌 일반 서민의 주택거래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도 배제키 어렵다.
정부가 금액만을 기준으로 9억원 이상 부동산 거래를 시장 교란 행위 기준선으로 설정한 것도 문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9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신규택지 개발 대상지로 발표했던 과천청사, 태릉 골프장,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조달청 이전부지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상시화하고 과열 우려 시 기획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 참여 고밀 재건축 계획과 관련해 재건축 주변 지역 주택시장 과열 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정부는 6·17 대책에서 잠실 마이스(MICE) 전시장과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지 인근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