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의 재원 마련책으로 제시한 ‘뉴딜 펀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뉴딜 펀드는 각종 인프라 사업과 5G 통신망·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필요한 재원을 개인 투자자의 자금으로 충당하고, 발생한 이익을 수익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금융 상품이다.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과 세제 혜택 등이 투자 유인책으로 거론된다. 정부 재정을 아끼고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실물 투자로 돌린다는 게 당정의 구상이지만, 과거 출시됐던 ‘관제 펀드’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현장 정책 간담회’를 열고 뉴딜 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시중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투자되도록 하는 게 뉴딜 펀드의 핵심 사안”이라며 “민간 참여와 시장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뉴딜 펀드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국민에게 안정적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며 “세제 혜택과 펀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입되는 160조원의 재원 가운데 10%를 뉴딜 펀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5G 통신망과 데이터 센터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친환경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뉴딜 펀드 투자처로 꼽힌다. 일반인도 공모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K뉴딜위원회 디지털분과 실행지원TF 단장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뉴딜 펀드에 국채 수익률에 더하기 알파(α)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부가 펀드를 해지할 경우 원리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3% 안팎의 수익률이나 세제 혜택(배당소득 14% 분리과세) 등은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당정의 ‘뉴딜 펀드’ 드라이브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시선은 엇갈린다. 정부가 보증하는 쏠쏠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전망과 높은 수익률을 위해 결국 정부 재정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상존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모빌리티, 5G 등 디지털 신기술 산업 육성에 1경8000조원 규모의 유동 자금이 투입되면 과거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처럼 괜찮은 투자처가 될 수도 있다”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사업이 높은 수익률을 거두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률을 주기 위해 재정이 들어간다면 결국 정부 재원으로 추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제 펀드 논란도 불붙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을 위해 (국민에게) 관제 펀드에 투자하라고 한다”며 “펀드든 일자리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독일에선 똑같은 펀드에 1000만명이 가입해 160조원을 모았다”며 “이데올로기가 바뀐 세상의 거대 전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