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역공… “이제 정진웅 빠지고 ‘권언유착’ 수사로”

입력 2020-08-05 15:35
윤석열 검찰총장 뒤따르는 한동훈 차장검사. 뉴시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한동훈(47)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채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한 데 대해 한 검사장 측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5일 입장문을 내고 “애초 한 검사장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KBS 거짓보도’에 이성윤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사팀이 관련 없다면 최소한의 설명을 해 줄 것과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을 수사에서 배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도 입장을 발표했다. 이 전 기자 측은 “향후 재판에서 본건 수사 및 기소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나도록 할 것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공판에서 증거관계와 법리를 적극 다툴 예정”이라면서 “본건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후배인 백모(30) 기자를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된 협박 수단인 편지를 함께 쓰지 않았고, 제보자를 만날 때 선배 기자 지시로 동석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며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장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특히 “검찰과 언론이 유착된 사안이 전혀 아님에도 수사심의위의 압도적 권고를 무시하고 (한 검사장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구속기소 전까지 총 9회의 소환 조사를 받았고 포렌식 절차에 4회 참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해 왔으나, 향후 검찰의 소환 조사나 추가 증거 수집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공개된 재판에서 시비를 명백히 가리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백 기자도 공범으로 불구속기소했다. 다만 사건의 핵심인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 판단은 내리지 못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감싸기’ 논란 속에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의 갈등을 불러오고 15년 만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상황까지 초래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윤 총장은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했다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철회했다. 수사팀은 대검의 보강수사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사의 독립성 보장 등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추 장관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하며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도록 힘을 실어줬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로 볼 때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 수사팀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과 한 검사장의 몸싸움에 이어 감청 논란을 빚은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