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영리한 ‘원피스 정치’…“도우미” “꼰대” 친여 쌈박질

입력 2020-08-05 14:38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친문 지지자들이 류 의원을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국회 등원 의상에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 혐오·성희롱 댓글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복장 가지고 성희롱까지 한다”며 비판했다.

5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페이지에는 국회에 출석한 류 의원 사진과 함께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갖춰 입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며 “튀고 싶은 girl. 예의 없는 girl. 쓰레기차 가고 똥차 왔다. 쯧쯧쯧”라는 내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이후 선을 넘은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 하나” “생각해 보니 저러다가 미투하는 거 아니냐” “커피 배달온 줄 알았다” “정의당 아니고 보도당이네요” “시선강간으로 모두 고소하고” 등 여성 혐오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안구 청소용으로 좋아요” “저럴 때 에어컨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주면 좋을 텐데” 같은 성희롱 댓글도 있었다.

류 의원의 의상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댓글이 없는 건 아니다. “국회에 정해진 복장이 있는 건 아니지 않냐” “복장과 일 처리는 상관없다” “예쁜 원피스 한방으로 더불어민주당에 꽉 막힌 꼰대들이 얼마나 많은지 입증했다” 등 옹호글도 눈에 띄었지만 성희롱과 혐오 댓글이 다수였다.

류 의원이 민주당 당원들의 표적이 된 이유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피해자 연대를 이유로 박 전 시장 장례식에 조문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당원들은 박 전 시장의 명예 실추와 시민사회 공적 등을 들어 류 의원과 장 위원장을 비판했다. 정의당을 떠난 당원들도 있었다. 여파가 복장 논란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저비용 고퀄 가성비 갑 행보”라며 “정치적으로 영리한 한발로 인정한다. 류호정이 이긴 거다. 복장 시비 걸 거면 유시민부터 까던가. XXX 좀 닥치슈들”이라고 일갈했다.

페이스북 캡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류 의원에 비난을 쏟아낸 민주당 당원들을 비판했다. 그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하얀색 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MBC ‘100분 토론’에 공연복을 입고 출연한 고(故) 신해철씨를 거론하며 “그때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들의 드레스 코드를 옹호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복장 단속을 한다”며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민주당 지지자들이 요즘은 옛날 수꼴당 지지자들의 그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모여서 성추행 2차가해나 했다. 아니나 다를까, 복장 놓고 성희롱까지 한다”며 “너희들 패션에나 신경 써라”고 지적했다.

앞서 류 의원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다이아몬드 무늬로 빨간색, 파란색, 흰색 등이 섞인 원피스를 입었다. 신발은 검은 운동화였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