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락티코의 영원한 수문장 카시야스, 현역 은퇴 선언

입력 2020-08-05 13:25 수정 2020-08-05 13:41
카시야스가 4일 은퇴를 선언했다. 카시야스 인스타그램 캡처

호나우두 지단 피구 베컴 라울 마켈렐레 카를로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2000년대 초반 한 팀에 모였을 때도, 호날두 카카 외질 디마리아 모드리치 라모스 같은 최고 실력의 선수들이 함께 2010년대를 달궜을 때도,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는 이케르 카시야스(39·포르투)였다.

최고의 선수들을 수집하는 레알의 ‘갈락티코 정책’ 하 영원한 수문장이었던 카시야스가 이제 골키퍼 장갑을 벗는다. 카시야스는 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과 동반자”라며 “나는 꿈의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카시야스는 레알의 유스 출신으로 18세 시절이었던 1999년 프로에 데뷔해 2015년까지 16년을 뛴 레알의 ‘레전드’다. 그동안 725경기 6만4913분 동안 골문을 지키며 단 750실점 264경기 무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182㎝의 골키퍼로서는 작은 신장에도 재빠른 반사신경과 압도적인 세이브 능력으로 세계적인 골키퍼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데뷔 시즌이었던 1999-2000시즌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장해 팀 우승을 지켜냈던 카시야스는 커리어 동안 수많은 우승 기록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라리가 5회 우승 외에도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2회, 수페르코파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우승을 차지하며 레알의 영광과 함께 했다.

빅토르 발데스, 페페 레이나 같은 스타 골키퍼들을 대거 보유했던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NO.1은 항상 카시야스였다. 그는 A매치 총 167경기에 출전해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들 중에서도 세르히오 라모스(170경기)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과 2008, 2012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연속 우승으로 스페인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2014-2015시즌 부진 끝에 레알을 떠날 때 “영원히 고맙습니다. 죽어도 잊지 못할 겁니다”는 말을 남기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카시야스는 이후 포르투갈 명문팀 FC 포르투에서 156경기 동안 골문을 지키며 리그 2회 우승과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훈련 중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쓰러지며 재활하던 중 결국 현역 은퇴를 선언하게 됐다.

경기 후 포옹하는 카시야스(왼쪽)와 부폰. 부폰 인스타그램 캡처

레알 구단은 “우리 구단과 세계 축구계의 가장 위대한 전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카시야스는 영원히 레알의 마음 속에 남을 것”이라며 구단 레전드에 감사를 표했다.

카시야스와 전성기 시절 라이벌로 함께 비교됐던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전설적인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42)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카시야스와 경기 뒤 포옹하고 있는 사진을 올린 뒤 “카시야스, 네가 없었다면 모든 게 덜 의미있었을 거야”란 코멘트를 남겼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