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대재앙 7배” 레바논 참사 범인은 질산암모늄

입력 2020-08-05 11:18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 항구에 있는 모든 것들이 부서지거나 불에 탔다. AFP연합뉴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것이 어떤 물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은 NH4NO3의 화학식을 가지는 암모니아 질산으로, 실온에서 백색 결정의 고체이다. 흔히 사용되는 농업용 비료 재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프간에 파병 간 수많은 미군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제폭탄인 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제조에도 쓰인다. 질산암모늄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IED는 ‘비료 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질산암모늄은 매우 대중적인 폭약인 질산암모늄연료유(ANFO, Ammonium Nitrate Fuel Oil)의 핵심 물질이다. 이 폭약은 질산암모늄과 경질유를 혼합해 목적에 맞게 폭발 강도를 조절해 제조한다. 다루기 쉽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광산발파용, 건축공사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사고의 충격파로 파괴된 건물들. EPA연합뉴스

질산암모늄 폭발사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45년 미국에서 6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텍사스 대재앙’ 사건이다. 1945년 4월 16일 미국 텍사스주 텍사스시티 항구에서 발생했는데, 프랑스 선사 소유의 컨테이너선 그랜드캠프(Grandcamp)가 적재하고 있던 2300t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했다. 이날 새벽 컨테이너 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이것을 발견한 선원들이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폭발을 막지 못했다.

당시 폭발로 인해 최대 600명이 사망하고 3500명의 부상자가 발상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무려 240㎞ 밖에서 폭음이 들렸다는 기록도 있다. 그랜드캠프 근처에 정박해 있던 다른 선박들도 이로 인해 파괴되거나 불에 탔다.

게다가 불씨가 인근 정유시설로 튀어 몬산토 소유의 화약 물질 저장 시설이 폭발한 뒤 연쇄 폭발로 이어져 현장에 있던 234명이 사망했고 300여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인근 가옥 500여채도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그랜드캠프의 폭발로 입은 경제피해는 당시 액수로 1억 달러(1191억5000만원)로 추정된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 일어난 대규모 폭발사고로 다친 사람을 군인과 시민이 힘을 합쳐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폭발 사태에 하산 디아브 총리는 “이 항구의 창고에 2750t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텍사스 대참사 때 질산암모늄 양보다 400t이 더 많아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