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끝난 뒤 모텔에 가자며 회사 여직원의 손목을 강제로 잡아끈 행위가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으로 인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 6일 오전 0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골목길에서 직원 회식을 마친 후 같은 회사 경리 직원 B씨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가고 싶다”며 강제로 B씨의 손목을 잡아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는 회사 사무실과 회식 장소에서 각각 B씨의 손, 어깨와 허리 등을 만진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그러나 2심은 회사 사무실에서의 추행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2건은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벌금 300만원으로 낮췄다.
2심 재판부는 “손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손목을 잡아끈 것 외에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까지는 A씨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B씨가 경찰에서 “A씨를 설득해 택시를 태워서 보냈다”고 등의 진술한 점에 비춰 A씨 행위에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 중 하나인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A씨가 회식 자리에서 B씨의 어깨 등을 만진 혐의에 대해서도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모텔에 가자며 손목을 잡아끈 행위는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손목을 잡아끈 A씨의 행위에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내포돼 있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피해자를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만 성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접촉한 신체 부위를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 여부를 판단한 2심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평소 관계도 고려했다. B씨는 입사한 지 약 3개월 된 신입사원이었고 A씨는 B씨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장 상사였다. 이를 비춰볼 때 A씨 행위는 B씨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추행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B씨가 A씨를 설득해 집에 보냈다고 해도 강제추행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