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한국 칭찬하자 “당신은 모른다” 갑자기 음모론
트럼프 “한국과 관계 좋아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WP “트럼프, 한국 통계 조작 암시…말도 안되는 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조작했다는 음모설을 넌지시 흘렸다. 그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고 대답을 피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 대해 근거 없는 모함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3일(현지시간) 방영된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진행한 조너선 스완 기자와 설전을 피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실제 사망자 수를 어쩌면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4일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정말로 팬데믹(코로나19 대확산)이 얼마나 나쁜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고 4일 주장했다.
다음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금, 나는 이것(코로나19)이 통제된다고 생각한다.
스완 기자: 어떻게요? 하루에 천명의 미국인이 죽는다.
트럼프: 그들은 죽는다. 그건 사실이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코로나19)은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한에서 통제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끔찍한 전염병이다.
스완: 당신은 정말 우리가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한에서 통제된다고 생각하는가? 하루에 천명이 숨지는데?
트럼프: 내가 당신에게 말해주겠다. (이 부분에서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 논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우선, 우리는 정말 훌륭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프와 수치가 적힌 종이들을 들여다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 (종이를 뒤적거리며) 여기 있다. 미국은 많은 범주에서 가장 낮고, 전 세계보다 낮다.
스완: 전 세계보다 낮다고요? 무슨 뜻인가?
트럼프: 우리는 유럽보다 낮다. (종이를 건네주며) 여길 봐라. 여길 봐라. 바로 여기.
스완: (종이를 한참 본 뒤) 오, 당신은 확진자 대비 사망률을 얘기하고 있다. 나는 인구 대비 사망률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은 정말 나쁘다. 한국과 독일 등등에 비해 매우 나쁘다.
트럼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스완: 왜 그렇게 할 수 없나?
트럼프: 당신은 따라야 한다. 당신은 여기(종이)에 있는 미국의 사망자 수를 따라야 한다.
스완: 이것은 한국과 비교할 때, 미국 전체 인구를 엑스(X)라고 하고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을 엑스(X) 퍼센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경우 분명히 의미 있는 통계다.
트럼프: 아니다. 당신은 사례 숫자를 따라야 한다.
스완: 예를 들어 한국을 보자. 인구는 5100만명인데, 사망자 수는 300명이다. 이건 말도 안 되게 훌륭한 것이다.
트럼프: 당신은 그것을 모른다.
스완: 당신은 그들(한국)이 통계를 조작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이?
트럼프: 나는 그 나라(한국)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당신은 모르는 게 있다. 그들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후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코로나19 검사를 했다”는 강변으로 이어졌다.
WP는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실제 사망자 수를 어쩌면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WP는 “이것(트럼프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WP는 “한국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은 한국이 자주, 그리고 이른 타이밍에 검사를 실시하면서 지난 봄 바이러스를 봉쇄하고 새로운 발생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이어 “이것이 그 나라(한국)가 많은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며 가려내야 할 감염 가능 사례들이 매우 적었다”고 한국의 대응에 찬사를 보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보다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계속 압박 받는 질문을 받자 한국의 코로나19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비치는 듯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나 국제 당국, 또는 미국에서도 한국의 수치가 부정확하다는 어떠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