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VIEW] 부자 몸조심 “깜짝쇼 없다”…바이든, 부통령 후보 ‘장고’

입력 2020-08-05 06:47 수정 2020-08-05 13:21
안전 전략 펼치는 바이든, 부통령 선정도 고심
여론조사 유리 판세 지키기…깜짝 후보 없을 듯
바이든, 곧 최종 면접…다음 주 공식 발표 전망
‘싸움닭’ 해리스, “부통령보다 대통령 욕심” 비판 부담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배스 하원의원도 물망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달 14일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수비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야당 대선 후보이면서도 발언을 자제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있는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안전 운전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헛발질을 계속하는 상황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괜히 나서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가 집중 부각되는 흐름을 지속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승리하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탄생

이런 신중한 스탠스는 부통령 후보를 고르는 데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뽑겠다는 원칙만 밝힌 상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탄생한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선정하는 데 있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19일에는 바이든의 파트너로 뽑힌 부통령 후보의 연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당초 이번 주에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한 주 더 미뤘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다음 주 부통령 후보를 공식 발표하더라도 대선 후보를 공식 발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는 1주일 밖에 남은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왼쪽)은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새라 페일린(오른쪽)을 부통령 후보로 뽑았다. 그러나 페일린은 대선 기간 내내 가정 문제가 터져 나오고, 말 실수의 ‘여왕’으로 불리면서 매케인의 패배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화사·뉴시스

부통령 후보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 놓고 의견 ‘분분’

대니얼 드레즈너 터프츠 대학 교수는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기고문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통령 후보의 출신 주(州)에서조차 제한적인 효과를 보이며, 나머지 다른 주에선 영향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드레즈너 교수는 “다만 예외가 있다”면서 새라 페일린을 거론했다. 2008년 대선 당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은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낙점했다.

그러나 페일린은 대선 기간 내내 가정 문제가 터져 나오고, 말 실수의 ‘여왕’으로 불리면서 매케인의 표를 갉아먹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매케인은 버락 오바마에게 패했다.

CNN방송도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1960년 대선이 마지막”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F 케네디는 린든 존슨 당시 텍사스주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뽑았다. 젊고, 진보적이고, 게다가 동부(매사추세츠주) 출신이었던 케네디는 자신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자신보다 9살 많고, 민주당 기준으로는 보수적이며, 남부 태생의 존슨을 고른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미 의회에서 진행한 국정연설 도중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나선다. AP뉴시스

그렇다고 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마네킹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후보의 이념적·지역적 결점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CNN은 “대선 후보치고는 신출내기였던 로널드 레이건, 오바마, 트럼프는 각각 조지 H 부시, 바이든, 마이크 펜스 등 안정감 있는 인사를 선택하면서 자신과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유리한 판세를 지켜라”…바이든, 부통령 후보 ‘깜짝쇼’ 없을 듯

지금 바이든 진영의 최대 과제는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판세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다.

CNN은 “바이든은 대선 판세에 역동성을 불어 넣을 부통령 후보보다 이 판세를 유지할 수 있는 후보를 고르는 게 필요하다”면서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를 선택하면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드레즈너 교수는 기고문에서 “바이든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정치인”이라면서 “그래서 바이든은 부통령 후보를 고르는 데 있어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부시는 하원의원, 유엔 대사, 중앙정보국(CIA) 국장, 부통령,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바이든도 미국 상원의원 6선에 부통령을 8년 역임했다.

후보군 압축…바이든, 곧 최종 면접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4일(현지시간)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군들과 앞으로 며칠 이내에 최종 면접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그러면서 최종 후보 리스트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캐런 배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올라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난 3월 9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렸던 바이든 선거 유세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의 부통령 지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은 MSNBC방송에 “부통령 후보 지명 과정에 놀랍도록 훌륭한 여성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엄격하게 그들을 검증했고, 그들은 검증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가세티 시장은 이어 “바이든은 이번 주와 다음주, 7∼10일 이내에 그들과 시간을 함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후보 리스트에 포함된 해리스 상원의원과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배스 하원의원은 모두 흑인이다.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가 미국 내에서 크게 번진 이후 바이든이 흑인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고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심 있는 싸움닭이냐…부통령에 전념할 후보냐

해리스는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전투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바이든을 공격하면 해리스가 ‘싸움닭’으로 나서 엄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가 될 경우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에서 펜스 현 부통령을 혼쭐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민주당 내에서 크다.

그러나 바이든의 일부 참모들이 “해리스가 정치적 야심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하는 것이 변수다. 해리스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보다 차기 대통령 준비에 전념할 것이라는 견제구가 날아온다. 바이든도 해리스가 ‘자기 정치’를 하면서 자신이 해리스에게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수전 라이스(오른쪽)가 2013년 6월 5일 유엔 대사로 재직했을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을 하고 있다. 라이스도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올라있다. 신화사·뉴시스

반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대사를 지낸 라이스와 5선 하원의원(임기 2년)인 배스는 부통령직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뜻을 이미 내비쳤다.

라이스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할 때 같이 일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라이스는 부통령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국무장관에 기용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배스는 갑자기 뛰어오른 다크호스다. 뉴욕타임스(NYT)는 “배스는 진보적이지만 대립보다 타협을 더 많이 얘기한다”면서 “다른 부통령 후보들보다 배스를 헐뜯는 사람들도 적다”고 호평했다.

캐런 배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됐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리를 위해 열렸던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워런 엘리자베스 상원의원과 미 육군 헬기 조종사로 2004년 이라크전쟁에 참여했다가 자신이 몰던 블랙호크 헬기가 격추당해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의 발탁설도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