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 필요없니?”협박에…호주 명문대, 홍콩지지 철회

입력 2020-08-04 23:36 수정 2020-08-05 02:02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출처: SCMP

호주의 한 대학이 홍콩 인권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으나 중국 유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기사 내용이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대학 측 해명이지만 사실은 차이나머니를 의식한 조치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측은 대학 트윗 계정에 “홍콩 탄압을 끝내려면 중국을 국제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달 31일 공유했다. 이 기사에서 해당 대학의 법 강사는 “홍콩의 상황이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을 지지해줘야 할 결정적인 시점”이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후 중국인 유학생들의 온라인 항의가 쏟아지자 대학 측은 기사를 삭제한 뒤 “UNSW 학자들이 표명한 의견이 항상 대학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난 3일 해명했다.

대학 측은 “우리는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며, 법 테두리 안에서 학계 등의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위쳇,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선 UNSW를 비난하는 내용이 쏟아졌다. 중국인들은 “UNSW가 미쳤군? 더 이상 중국인 유학생이 필요 없나보군” “UNSW의 정치적 입장을 알겠다. 중국에 돌아와서 취업거부당하기 싫으면 유학생들이 이 학교를 알아서 거를 것이라고 믿는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UNSW의 연간 등록금 수입 중 약 23%가 중국 유학생들로부터 나온다.

이번 사건이 중국 유학생이나 중국 총영사의 압력에 따른 것이냐는 SCMP의 질의에 대학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호주 교육부장관 댄 테한은 “표현의 자유는 호주 민주주의의 기둥으로서 지켜야 한다”라고 지난 3일 밝혔다.

UNSW의 법 강사 일레인 피어슨은 “대학 측에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학 측은 학문적 자유를 보호하고, 일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절대 검열하지 않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호주 정부는 홍콩 인권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중국 교육부는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이유로 호주 유학을 자제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호주 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을 밝혀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