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폭우 ‘특급경보’ 발령하며 초비상…곡창지대 사수

입력 2020-08-05 00:40

북한 지역에도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북한 당국이 ‘특급경보’를 발령하는 등 초비상에 걸렸다.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에 집중호우가 예상돼 농작물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집중호우까지 덮친 것이다.
리영남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 부대장은 2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앞으로 장마전선이 저기압골과 합류되면서 이 보다 더한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 예견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4일 기상수문국(기상청)의 통보를 인용해 6일 오전까지 대부분 지역에 폭우를 동반한 큰 비가 내린다고 보도했다. 5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는 특급경보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 사수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폭우 피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칠 경우 ‘자력갱생’으로 대북 제재를 정면돌파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특급경보가 내려진 지역 대부분이 농업생산 지역인데, 황해도와 평안도는 특히 중요하다”며 “당 조직과 군대를 총동원해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낙후된 배수시설 등으로 홍수에 취약한 탓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부분 산은 민둥산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토사가 쉽게 흘러내린다”며 “500㎜ 이상의 비가 온다면 대규모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곡창지대가 피해를 입으면 식량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3차례 사전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3차례에 걸쳐 황강댐을 방류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수문을 개방하면서 우리 측에 사전통보 조치를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치·군사적 냉각 국면으로 자연재해 부문 협력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정부는 남북 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예고 없이 열면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남북은 그해 10월 개성 실무회담에서 황강댐 방류 시 사전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