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모기지’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 30대 영끌 타깃

입력 2020-08-04 18:36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공분양모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임대후 분양모델

정부가 4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자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데 올인한다는 무주택 3040을 타깃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도시연구원이 개발해 서울시가 정부에 제안한 모델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은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되며 구입 초기 일부 비용만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장기간에 걸쳐 분납해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초기 구입자금 부담을 줄이고 장기보유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양모델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20~40%를 지불해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20~30년에 걸쳐 저축하듯이 나누어 내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가령 올 상반기 SH에서 공공분양으로 공급한 서울 강서구 마곡9단지 전용면적 59㎡에 적용해보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서는 분양가 5억원의 25%인 1억2500만원을 내면 일단 내 집이 된다. 나머지 75%는 4년마다 15%(7500만원)씩 추가로 납입하면 된다. 다만 운영기간 동안 취득하지 못한 공공지분에 대해서는 행복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분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초기에 납입했던 보증금을 돌려받아 지분 취득에 보탤 수 있고, 임대료도 점점 낮아지게 된다. 유사한 지역의 행복주택 공급사례를 기준으로 최초 입주시 내야 하는 임대료는 대략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는 14만원 수준이다.
지분취득과 임대료를 합치면 실제로 분양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나온다. 입주시점에는 지분 취득비용과 임대보증금을 합쳐 2억2500만원을 내면 되고 이후 지분 추가 취득시 임대보증금을 돌려받는 금액을 공제하면 지분 15% 취득비용은 약 6000만원 내외(연평균 1500만원 수준)이다. 목돈이 부족한 경우 임대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으며 최대 절반을 전환하면 총 부담액은 1억7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월 임대료는 31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입주 전에 분양대금을 완납해야 하는 기존 공공분양 방식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어 자산축적 기회가 적은 3040세대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때 최초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 정도만을 가산해 받기로 했다. 지분을 분양받는 시점에서 미래에 납입해야 하는 전체 금액이 확정되는 셈이다.

10년 정도의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주택처분도 가능해진다. 제3자에게 주택 전체를 시가로 매각해 처분시점의 지분 비율로 공공과 나눠갖게 된다. 이때 공공은 정상가격 여부만을 판정한 후 매각에 동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 지분이 낮은 경우 처분수익 자체가 낮기 때문에 단기 투기수요의 유입을 차단하고 자연스럽게 수분양자의 장기 거주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또 거주기간이 장기화되면 주택거래 빈도가 줄어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두가지 모델이 있다. 첫째로 공공분양모델은 토지·건물 일체의 지분일부 분양 후 20~30년간 분할 취득하는 개념이다. 신혼부부를 비롯한 30~40대 무주택 실수요 서민이 대상이다. 초기 취득부담은 완화하고 장기 거주시 자산형성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둘째로 임대후 분양모델은 8년 임대 후 12~22년간 지분 분할을 취득하는 개념이다. 최초 임대 공급 시점에 8년후 분양전환 가격을 결정하는게 특징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해외에서도 이미 시행중이다. 영국의 ‘지분공유제(shared ownership)를 시행중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실거주자가 25% 단위로 지분을 시세로 취득할 수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주택가격의 약 3%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향후 시가 공급하는 물량에 가능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 민간에도 확산돼 3040세대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보유할 수 있는 주택이 보다 확산되도록 정부에 법령 개정 등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