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박선원(57) 국가정보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내정했다. 박 신임실장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중책을 맡았지만 정작 정부 출범 후에는 주상하이 총영사, 국정원장 특보 등 외곽에서만 활동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임 기조실장으로 발탁되며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과 함께 외교안보 중책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국정원 2차장에 박정현(58) 국정원장 비서실장, 3차장에 김선희(51) 국가정보원 정보교육원장, 기조실장에 박 특보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대선 캠프에서 청와대 설계에 일조하고 외교안보정책에 참여하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주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고, 6개월 만에 다시 서훈 국정원장의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기는 등 석연찮은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국정원이 원장 특보자리까지 신설해 박 실장을 데리고 오자 그의 역할을 두고 대북 물밑 접촉설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미·중 조야에서는 박 실장이 대북 업무의 외곽 ‘키맨’을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반면 외교안보 정책에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 노무현정부 자주파 핵심인사였던 박 실장에 대한 부담감 등이 외곽을 전전하는 인사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만큼 박 실장의 행보는 여러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그를 음지에서 양지로 발탁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실장은 학계·정부·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대북 및 국제정치 전문가”라며 “이론과 실무경험은 물론 개혁성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원 개혁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김상균 1차장은 그동안 2차장이 관장했던 대북 업무를 흡수해 대북·해외 업무를 총괄한다. 박 2차장은 대북 업무를 1차장에 넘기는 대신 3차장 소관이었던 방첩, 대테러, 보안, 대공, 산업기술 유출 등의 업무를 이어받았다. 김 3차장은 대신 기존 1급 본부장 소관 업무였던 과학 정보를 맡게 된다. 김 3차장은 국정원 역사상 첫 여성 차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차장은 글로벌 정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급 본부장 업무를 격상시켜 전담하게 된다”며 “김 차장은 국정원 첫 여성 차장으로, 전문성과 능력을 중심으로 인선했다”고 말했다.
◆박정현 2차장
△부산고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대통령비서실 국가위기관리실 행정관 △대테러부서 단장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
◆김선희 3차장
△대구 남산여고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고려대 국제관계학 석사 △사이버정책처장 △감사실장 △국가정보원 정보교육원장
◆박선원 기조실장
△전남 영산포상고 △연세대 경영학과·동아시아학 석사 △영국 워릭대 국제정치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주상하이 총영사 △국가정보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