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 기업 자산을 압류했다는 공시송달이 4일 발효하자 일본 정부는 강제 매각 시 맞대응할 것임을 일제히 예고했다. 외교부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좀 더 구체적인 대응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 매각되는 경우를 가정하며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 보호 관점에서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한 TV에 출연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며 사실상 보복 조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본 언론은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발급 요건 강화, 금융 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 대사 소환 등을 선택지로 올려두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를 의미함) 문제에 관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현금화(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되면 심각한 상황을 부르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일본 기업의 자산이 강제 매각되는 상황에 대해 “그렇게 되는 경우 적당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역시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지를 포함해 온갖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고위인사들이 일제히 보복조치를 시사한 데 대해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향을 검토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며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임과 일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이 보유한 피앤알(PNR) 주식 8만1075주를 지난 1월 압류했다. 압류 명령의 공시 송달은 이날 0시에 발효됐다. 일본제철이 송달 완료 후 1주일이 지난 시점인 11일 0시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주식 압류 명령이 확정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