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레드라인 근접

입력 2020-08-04 16:54 수정 2020-08-04 17:0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한 핵탄두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보고서가 나왔다. 이러한 평가가 사실이라면 이미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실어 무기화하는 데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3일(현지시간)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몇몇 국가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맞게 소형화한 핵탄두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중 한 국가는 “북한이 침투 지원과 같은 기술적 향상을 위해, 또는 다탄두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 소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과거 6차례 핵실험이 핵탄두 소형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이래 2017년 9월까지 총 6번의 핵실험을 했다.

핵탄두 소형화는 핵무기를 완성하는 데 핵심 요건 중 하나다. 통상 무게가 1t 이하로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으로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었다.

북한은 그로부터 석 달 후인 2017년 11월 ICBM ‘화성 15형’을 고각 발사했다. 최대고도 4475㎞, 비행거리 950㎞로 정상각도 발사 시 최대 사거리는 1만3000㎞로 추정됐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것이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발사 현장을 참관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물론 대기권 재진입, 종말단계 유도 등 ICBM 핵심 기술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11월 29일 새벽 평양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유엔 보고서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실험용 경수로 건설을 포함한 핵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한 데 대해선 “터널 입구만 파괴됐을 뿐 전체적인 파괴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는 유엔 보고서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일본 NHK방송도 지난 2~7월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사항을 다룬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해상 환적 방식으로 확보한 불법 자금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