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놀다가 지문만 찍고 ‘수당’ 챙긴 광주FC

입력 2020-08-04 10:58 수정 2020-08-04 14:26

프로축구 시민구단 광주FC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시간 외 수당’ 등을 부풀려 지급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근무하지도 않고 부당하게 각종 수당을 챙겨 시민혈세를 좀먹는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올해 75억원의 예산을 광주FC에 지원한다. 2010년 창단 당시 1만9068명의 시민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은 시민구단 광주FC의 지원액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광주시는 “시 예산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광주FC 사무국장 등 직원 6~7명의 근태관리가 극히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2017년부터 근무시간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고 무작정 초과근무를 했다고 부풀려 지급받은 수당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FC 직원들이 작성한 개인별·일자별 근무일지 현황을 보면 ‘지문 인식기’ 를 통해 출근시간은 입력하지 않았지만 초과근무가 적용되는 ‘밤 늦은 퇴근’ 기록만 남긴 사례가 적잖다.

밤 10시 퇴근 기록을 남길 경우 정해진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이후 4시간분 수당을 챙기는 방식이다.

일부 직원들은 부실한 근태관리로 퇴근시간 이후 외부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개인적 시간을 보내다가 사무실로 다시 돌아와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찍는 방식으로 수당지급 근거를 남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무국장 A씨의 경우 지난 2018년 1월 2월 프로축구 경기가 없는 데도 하루 최고 4시간 정도를 초과근무했다며 매달 100만원이 넘는 시간 외 수당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는 이에따라 직원 상당수가 상한선이 적용되는 한 달 34시간 이상의 시간 외 수당과 16시간 휴일 수당을 수령한 과정에 근무시간 부풀리기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 중이다.

시는 올 연초 전직 근무자 등 관련자 제보에 따라 지난 3월 광주FC 수당 지급 현황을 살펴봤지만 뚜렷한 위반 사항을 찾지 못해 부실한 점검을 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수박 겉핧기식 점검으로 부당한 수당지급을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시는 당시 최근 몇 개월분 현황만 점검했으나 제보가 거듭됨에 따라 몇 년 단위로 범위를 넓혀 수당지급의 적절성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공식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FC는 지난 2015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으로 당시 구단업무를 총괄하던 박모(62) 단장이 사표를 내고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무국장 A씨 등은 “퇴근시간을 넘겨 외부에서 마케팅 활동을 하는 날이 많다”며 “시간 외 수당을 부당하게 받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프로축구 K리그 16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광주FC는 2016년부터 코칭스텝과 선수단 40여명 등의 급여를 수차례 체불했다가 긴급 은행대출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재를 털어 광주FC의 살림을 어렵게 꾸려온 정원주 광주FC 대표이사 겸 중흥건설그룹 부회장도 “광주FC의 재정충당이 버겁다”며 그동안 2~3차례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정 대표이사는 2013년부터 광주FC 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점검반을 편성해 지문 인식 등 관리와 정산 시스템, 관리 대장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부당한 수당수령 의혹과 내부 알력 정황이 드러난 만큼 개선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