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유창한 일본통…일본 예술 공부·일본 근무 많아
국방 경험도…미국 국방장관실 근무·육군대학원 석사
한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 높일 수 있다는 전망 우세
일본과의 미·일 방위비 협상 염두에 둔 포석 분석도
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미국 측 대표에 도나 웰턴을 임명했다.
신임 협상대표인 웰턴은 25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베테랑 외교관이라고 미국 국무부는 설명했다.
웰턴 협상대표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전문가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관으로서 국방 관련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웰턴 협상대표는 한국을 포함해 미군이 주둔한 다른 나라들과 방위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웰턴 대표를 등판시켜 한국에 대한 방위비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비록 난항을 겪고 있지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 대표를 교체한 것은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국민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웰턴을 한·미 방위비 협상의 미국 측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 정치·군사국은 지난주 제임스 드하트 (전 대표)를 신임 북극권 조정관으로 임명한 사실을 발표한 데 이어 도나 웰턴을 우리의 신임 고위 협상가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하트의 후임자로서, 웰턴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과 주일미군 주둔경비 분담 특별협정,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다른 모든 방위 협력과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드하트가 하던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그러면서 “웰턴이 최근까지 카불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부차석대사를 지냈으며, 그에 앞서 핀란드·인도네시아·일본·한국, 그리고 유엔 미국대표부 등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웰턴 대표의 이력을 보면, 전 세계의 미국 대사관·영사관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정무 관련 핵심 위치를 맡아왔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발령받았다.
웰턴 대표는 일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엘런 대표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아시아 예술과 고고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본 예술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로 근무했던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웰턴 대표는 일본 도쿄와 나고야에서 공공 외교 관련 업무를 맡았으며 삿포로에선 총영사를 지냈다. 또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으로 근무했다.
국무부는 웰턴 대표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독일어·핀란드어·아프가니스탄 언어 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웰턴 대표는 국방 관련 경력도 쌓았다. 웰턴 대표는 미 국방부 장관실에서 동남아 국장 대행으로 잠시 근무했다. 또 미 육군대학원에서 전략적 연구에 관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웰턴 대표는 향후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임 드하트 전 대표의 교체에 대해 워싱턴에선 방위비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문책성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전년도 합의액 1조 389억원(당시 환율로 9억 2600만 달러)에서 13%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0% 인상에 가까운 13억 달러(1조 5665억원)를 고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품고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는 끊이질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이전에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감축을 연계하는 협상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측 정은보 정은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사와 웰턴 대표 간의 상견례 형식의 회동 이후 한·미 방위비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정확한 협상 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전문가인 웰턴 대표의 기용은 곧 시작될 일본과의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일 방위비 협상은 아직 공식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으며 일본은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방위비 협상이 지연되길 바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