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한·일 외교분쟁 2라운드, 이번에도 미국 개입이 변수

입력 2020-08-04 06:00

약 1년여 만에 재발할 조짐을 보이는 한·일 외교 분쟁의 최대 변수는 이번에도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결정 번복을 강하게 촉구해 관철한 바 있다. 올해 들어 미·중 갈등이 더욱 극심해진 상황에서 한·일 갈등이 재발할 경우, 미국이 반중전선 관리 차원에서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압박 수위를 연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고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에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을 향해서는 반중전선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미국의 반중전선 구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지체 없이 개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3일 “현재 미국은 반중전선을 만드는 데 올인하고 있다”며 “미국의 구상에 있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상황을 그대로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골적으로 일본 편에 서지는 않겠지만, 일본보다는 우리 정부를 더욱 압박하며 문제를 해결하라고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신중론 속에 사태를 관망하며 적절한 개입 시점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반발해 지소미아 파기라는 초강수를 둔 뒤에야 한·일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미국이 한·일 갈등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의 경우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의 일이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미국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우리 법원의 결정이 4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자산 현금화에 맞서 다양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며,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대응책들을 마련해놓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