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나쁜 게 아니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월세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가 서울이 아니라 지역구인 전북 정읍에서 월세를 산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민심과 동떨어진 윤 의원의 언행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읍에서 월세를 살고 있다”며 “큰 금액을 내고 있지 않다. 사치성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월세가 정상이면 당신부터 월세 살아봐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윤 의원은 “지금 월세를 살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읍 연지동 소재 아파트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0만원 수준으로 장기계약을 하고 부인과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에도 집을 갖고 있는 그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 아파트의 월세를 강조한 것은 가뜩이나 예민해진 부동산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윤 의원이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으로 상처를 드린 것 같다”며 “논란 뒤에라도 사과하면 됐는데 다시 말로 덮으려 했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의 다른 인사도 “민심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는 발언”이라며 “왜 그런 말을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세가 줄고 월세로 전환되는 게 원래 있던 현상이라 해도, 괜한 말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을 배제한 채 부동산 입법을 밀어붙인 데 대한 당내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모든 정책은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있다”며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여야 간 충분한 토론과 설득, 양보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살피고 돌아보라’는 의미의 바둑 격언 공피고아(攻彼顧我)를 인용했다. 그는 “21대 국회가 개원 초기인데 말기처럼 어수선하다”며 “민생에 시급한 일은 해야 하지만, 욕심내며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숙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 과거 보수 정권의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연일 내놓으며 여론전을 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값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며 “(지금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폐단을 극복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두관 의원은 “수도권 집값은 박근혜정부 후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그 원인은 2014년 말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통과시킨 강남특혜 3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정권에 부동산 문제의 책임을 묻는 여당의 태도를 두고 범여권에서 쓴 소리가 나왔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반발이 커지니까 불만을 엉뚱한 데로, 희생양으로 삼아서 돌리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2014년 말에 나온 법이 폭등 주범이라고 할 근거가 뭐가 있느냐”며 “그게 문제가 됐으면 지난 3년간 국회에서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 했는데, 왜 지금 와서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반문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