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비대면 강화 국면에 정부와 이커머스 업계의 지원으로 소규모 소상공인들까지 온라인쇼핑에 참여하게 되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 거래 규모는 135조원이었는데 올해는 16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온라인 쇼핑몰 입점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입점한 중소상공인 판매자 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은 8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달 21~27일 소비자 1032명을 대상으로 ‘중소상공인 제품에 대한 인식 및 구매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온라인 쇼핑에서 중소상공인 제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대형마트(8%), 전통시장·전문상가(3%) 등 2~3위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소비자들은 중소상공인 제품 가운데 주로 생필품(20%), 의류나 잡화(17%), 식품(17%), 소형가전(16%)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중소상공인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51%) ‘제품 다양성’(16%) ‘품질 우수성’(15%)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플랫폼-전통시장 결합 ‘성공사례’
이커머스 업계와 지역 전통시장 또는 지역 기반 소상공인들과의 제휴도 온라인 쇼핑 강화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1번가는 전라북도·전북경제통상진흥원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고 전북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 ‘거시기 장터’의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팜조아 백제기정떡’, ‘허정수 농부 칵테일 토마토’ 등은 11번가와 거시기 장터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면서 빠른 속도로 판매됐다. 11번가와 거시기 장터가 연계하면서 지난 6~7월 2개월 동안 거시기 장터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배 넘게 증가했고, 거래액은 사상 최고 수준인 6억8000만원 이상에 이르렀다. 대형 이커머스 업체와 지역 소상공인 업계의 제휴가 시장을 살리는 효과를 본 셈이다.
위메프와 전북 군산의 수산물 생산·가공업체 ‘효송그린푸드’의 협업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온라인 제품 전용 브랜드 ‘맛있漁’를 개발하고 위메프가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지원하면서 온라인 매출 ‘0원’이었던 효송 제품은 월 매출 5000만~6000만원을 기록했다. 위메프를 시작으로 네이버, 지마켓, 티몬 등으로 유통 경로를 넓혀가기도 했다.
위메프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인 ‘고투몰’ 등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하상가 제품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판로가 열린 셈이다.
정부-민간 협업,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확대
정부의 지원도 온라인 시장 확대에 한 몫 거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 업체 6곳을 선정해 이들과 함께 소상공인 1만개사의 온·오프라인(O2O) 플랫폼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에게 온라인 쇼핑 진출을 도와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O2O 사업은 실제 매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중기부는 지난 5월 소상공인 지원 O2O 플랫폼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했는데 무려 63개사가 이 사업에 지원했다. 10.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기업은 SK플래닛, 바로고, 위메프, 카카오헤어샵, 야놀자, 허니비즈다.
정부와 온라인 플랫폼의 지원은 실제로 소상공인 매출 상승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례로 인천 모래내시장 골목 안에 있는 ‘헤세드 미용실’은 월 매출이 300만~4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름을 알리면서 1년 10개월 만에 월 매출 4700만원까지 급성장했다.
이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들과의 협업은 기업의 자원이 들어가는 부분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상생 차원 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업체들을 발굴해 키워나가는 데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 5월 온라인에서 사상 최대치 수준에 육박하는 거래가 이뤄진 것도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7221억원이었다. 월 거래액 기준으로 2번째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월 거래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는 지난해 11월(12억8521억원)이었는데, 이커머스 업계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했던 시점이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2010년 25조원에서 지난해 135조원으로 10년 새 5.4배 증가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온라인 거래액이 연평균 20%가량씩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거래액 규모 신장률은 올해도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