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의혹을 장기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6월 26일 심의위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직후 이같이 밝혔다. 검찰의 수사는 이후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위 이전까지 활발했던 삼성 변호인단의 의견서 제출도 멈춰 이렇다할 공방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의 명확한 방침은 3일까지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이 침묵하자 외곽에서의 여론전이 오히려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범여권 일부와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것이 사법정의를 세우는 일이며, 불기소는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을 또다시 법정에 넘기는 일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을 기소하든 불기소하든 양쪽 처분에 모두 합당한 근거가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박영수특검 당시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온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은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것은 기소가 전제”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이미 이 부회장 기소를 타당하게 봤다는 해석도 있다. 법원은 지난 6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은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유를 제시했다.
“경영행위일 뿐 사기적 부정거래라 할 수 없다”며 검찰과 평행선을 달려온 삼성 변호인단은 불기소가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심의위에서 10대 3이라는 결과로 이 부회장 불기소가 의결된 것은 수사 정당성부터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심의위에서는 삼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온 인사조차 “죄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번 사건의 규모와 성격이 심의위나 영장실질심사 등 짧은 시간 내 판단이 불가능한 만큼 복잡하고 크다는 반론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한부 기소중지’라는 카드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는 이 부회장의 기소를 잠시 보류하고 이 부회장과 공모관계에 있는 이들부터 재판에 넘기는 방안이다. 공범들의 범죄사실이 법원에서도 유죄로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고, 만일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시민사회의 결론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문제의식도 살리는 방안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검찰은 그러한 방식을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이 부회장 수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로 꼽힌 심의위는 유행처럼 번졌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시민사회의 판단을 호소한 이후 ‘검·언 유착’ 의혹 사건 등 여러 검찰 수사 사안을 두고 심의위 소집 요청이 잇따랐다. 검찰 수사권 남용을 막자는 취지로 출범한 제도지만 권고의 구속력이 없는 점, 초기 단계에 심의위가 소집될 경우 검찰이 수사 타당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 등 한계도 거론됐다.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먼저 연구하고 법이 쫓아간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돌고 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