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간절곶공원서 공연 중 용역직원 난동

입력 2020-08-03 16:02 수정 2020-08-03 21:21

울산 간절곶공원을 찾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넌버벌 공연을 공원 관리소 측이 강제 해산시키면서 시민과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어린이 관객 수십 명이 바라보는 앞에서 집기를 발로 차는 등 물리적인 철수를 강행하면서 경찰도 출동했다.

대전에 사는 거리예술가 송정배씨는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간절곶공원 공연 중에 갑작스럽게 공연이 중단된 사연을 게재했다. 울주군은 올해 공연자 17팀을 선정해 매달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송씨도 올해 선정된 공연자다.

송씨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울산 간절곶공원에서 정식 공연 중 공원 관리소장을 사칭한 신원 미상의 한 남자로 인해 공연이 중단됐다.

그는 “난 2020 울주군 거리예술가”라며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중단된 이 시기에 그래도 정식으로 지원금을 받고 허가된 장소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서 거리는 멀지만, 기분 좋게 다니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두 번째 찾는 울산 간절곶 공원에서 한창 공연을 하는 와중에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어디선가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웬 남자가 무대에 난입해 날 가로막고 도구를 빼앗아 땅에 던지며 뱉은 첫마디는 ‘가!’였다”고 했다.

그는 “난 넌버벌(말없는 포퍼먼스) 공연자다. 잠시 당황했지만, 말없이 상황을 설명하려고 한쪽에 세워뒀던 거리예술가 배너를 보여주려는데 거침없이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며 “이미 놀래서 부모 곁에 바짝 다가선 아이들과 정적이 흐르는 관객들을 보며 더 이상 공연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눈앞에 아이들을 보며 참았다”고 했다.

송씨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공원 관리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호각을 불며 무대에 올라 공연을 중지시키고 무대 집기를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겨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학부모 A씨는 “애들이 좋다고 보고 있는데 발로 집기를 차고 그러면 어떡하냐. 절차상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말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보고 있던 관객 모두가 불쾌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용역직원 A씨는 “난 여기 공원 관리 소장”이라며 “내가 몇 번이나 오지 말라고 했으나 또와서 그랬다”고 답했다.

씨는 “관객들을 다 보내고 그 남자에게 소속을 물어봤다.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 사람을 잡아두고 경찰을 불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사람은 관리소장도 아니었고 공원에서 위탁한 용역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울주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용역회사 직원은 다른 공연도 제지해 재발 방지를 위한 주의와 교육을 진행했었다. 이날 발길질이 보복성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울주군은 이번 공연을 위해 문화체육과와 산림공원과 등이 협조해 진행했다”며 “공원 내 취사 금지를 안내하는 용역회사 직원이 자기 권한을 넘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군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면서 “경비업체와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