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MS, ‘45일 시한부 협상’…MS “트럼프 우려 안다” 낮은 자세

입력 2020-08-03 12:40 수정 2020-08-03 13:15
트럼프, MS·틱톡 ‘45일 협상’ 동의
MS 저자세…트럼프·빌 게이츠 ‘불편한 관계’ 의식했나
트럼프 “틱톡 미국 내 사용 즉시 막겠다”서 물러나
틱톡, 매각 협상 실패할 경우 법적 투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모바일 동영상 공유앱 ‘틱톡’(TikTok)이 앞으로 45일 안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사업 인수 협상을 마무리짓는 방안에 동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틱톡과 MS는 ‘45일 시한부’ 매각 협상에 공식 착수했다. 특히 MS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자세를 낮췄다.

MS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트댄스와 틱톡의 미국사업 인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S는 “늦어도 9월 15일까지 틱톡 인수 협상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델라 CEO 간의 대화는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MS가 제시한 시간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매각 시한과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델라 CEO 간의 대화에서 이 같은 합의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MS는 성명에서 “대통령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틱톡 인수에 있어 미국 재무부 등에서 안보 심사를 완전하게 받을 것이며 미국에 제대로 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빌 게이츠 MS 창업자 간의 불편한 관계도 고려한 표현으로 분석된다.

틱톡 인수 협상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감독 아래 이뤄질 예정이며, CFIUS가 합의를 문제 삼으면 승인되지 않는다.

MS는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의 틱톡 사업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내 다른 투자자들도 틱톡의 인수 협상에 공동 참여할 전망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틱톡의 사용을 막을 것”이라며 틱톡 사용금지 명령이 “곧, 즉시 이뤄진다”고 지난달 31일 공언했었다. 그러나 틱톡의 매각 시한이 45일 간으로 정해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그 기간 동안 틱톡을 더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사용금지에서) 왜 마음을 바꾸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공화당의 핵심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MS에 매각하는 것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의 앙금 때문에 틱톡·MS 매각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공화당 의원들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의원들의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즉각 퇴출에서 매각 협상 수용으로 한 발짝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가 틱톡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틱톡의 미국 사업 지분이 MS로 넘어갈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 사용자들의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논란의 불길이 완전히 잡힌 것은 아니다. 바이트댄스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법률이 부여한 권리를 이용해 회사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엄격하게 (미국) 현지의 법률을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과 관련해 틱톡이 향후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법적 투쟁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틱톡이 미국에서 실제로 차단되거나 MS와의 매각 협상에 제동이 걸릴 경우 그대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