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무단으로 발급받을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인카드 사용명세서도 금융실명법에 따른 비밀 보장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사립대 노조위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의 한 사립대 노조위원장이었던 A씨는 2013년 4월 학교 법인 카드의 사용·승인 내역서를 발급받을 권한이 없는데도 이를 숨기고 카드사 콜센터에 요청해 내역서를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학교 이사장이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사람을 총장으로 선임했다는 특별감사신청서를 작성해 교육부 등에 제출하고 교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발송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명예훼손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학교법인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제공받을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인카드의 사용내역을 제공받을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거래정보를 제공받은 이상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갖췄다고 할 수 없고,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반면 2심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 사용·승인내역 정보라고 해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정한 전자금융거래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인카드 사용·승인 내역서에 인터넷 신용카드 거래내역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신용카드 거래의 특성상 카드회원과 가맹점, 가맹점과 카드업자 사이의 계약에 따라 예금이나 금전의 상환이 이뤄지는데 이는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며 “신용카드 대금에 관한 정보나 자료에 해당하는 카드 내역은 금융거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이므로 금융실명법상 비밀 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