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를 위한 우리 법원의 절차가 4일 0시부로 시작됐다. 실제 압류자산 매각 및 배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일본 징용 기업 자산 매각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한일 간 강 대 강 충돌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일본제철의 PNR 주식에 대한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압류명령은 4일 0시부로 송달된 것으로 간주되며, 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한다. 일본제철이 11일 0시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압류명령은 확정된다. PNR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합작해서 경북 포항에 세운 회사다.
앞서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제철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포항지원은 지난해 1월과 3월 세 차례에 걸쳐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PNR의 주식 총 19만 4794주에 대해 압류명령을 내렸다.
포항지원은 해외에 있는 일본제철에 압류명령을 송달하고자 일본 외무성에 해외송달요청서를 보냈으나 외무성은 아무런 설명 없이 반송했다. 이에 포항지원은 지난 6월 1일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공시송달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서류 송달이 불가능할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상대방에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말한다.
향후 주식매각명령 신청은 3건으로 나눠서 각각 진행될 전망이다. 매각명령 신청→감정·심문절차→매각명령 결정→송달→집행을 각각 따로 진행해야 된다. 피해자 대리인들은 지난해 5월 1일 포항지원에 신청을 내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때 감정은 압류한 자산이 실제 시장 가격으로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는 절차다. 이 주식을 팔았을 때 집행 비용을 제외하고도 피해자들에게 줄 돈이 남는지도 따져보는 것이다. 심문 절차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6월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에 “매각명령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면 서면을 받고 60일 이내 의견을 내라”는 심문서를 보내겠다고 밝혔고 그해 7월 법원행정처가 이를 보냈다.
이런 절차를 밟고 법원이 매각 명령을 결정하면 이를 일본제철에 송달한 뒤에야 주식을 매각해 배상에 이를 수 있다. 대리인단 등은 그동안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수차례 강제동원 가해기업들에게 “포괄적 협의 의사가 있다”고 밝혀왔다. 가해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강제 노동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협의에 응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향후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일 자국 기업 자산의 매각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일본 정부가 관세 인상이나 송금 중단 등 복수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자 발급 요건의 엄격화나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소환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이 실제 매각되기까지 법원의 매각명령 결정, 압류 주식의 자산 평가 등 법적 절차가 남아 있기에 일본 정부가 4일 당장 보복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법원의 매각 절차를 주시하며 향후 보복 조치와 시행 시점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