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목숨 앗아간 폭우…산사태·무너진 둑이 피해 키워

입력 2020-08-02 17:41
집중 호우에 둑이 무너져 흙탕물로 뒤덮인 경기도 이천 산양저수지 주변 마을. 연합뉴스

전국에 집중호우가 이어져 최소 8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경기 남부와 충북, 강원도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잇따르고 둑이 터지면서 주택과 농경지, 개천이 온통 흙탕물에 잠겼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끊기는 등 연쇄 피해도 막대했다.

2일 새벽부터 비가 집중됐던 경기 남부와 충북 북부에서는 산사태 피해가 집중됐다. 오전 중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경기도 안성에서는 산사태가 주택을 덮쳐 5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충북 충주에서는 56세 여성이 산사태에 따른 가스 폭발로 목숨을 잃었고, 76세 여성은 흙에 깔려 숨졌다. 제천에서도 42세 남성이 산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수몰 피해 역시 심각했다. 충북 음성에서는 59세 남성이 물이 크게 불어난 낚시터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음성의 62세 남성은 하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단양의 72세 여성과 그의 딸 부부 또한 밭의 배수로 급류에 휘말려 자취를 감췄다. 이밖에 충북 지역에서 실종자 2명이 더 나왔다. 전날 서울 관악구 도림천에서는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소방관들의 사고도 잇따랐다. 충주소방서 소속 29세 송모 소방관이 충주 가스폭발 매몰사고 현장으로 걸어가던 중 순간 도로가 꺼지면서 주변 영덕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전남 구례의 지리산 피하골 계곡에서 30대 남성 피서객을 구하려던 순천소방서 소속 28세 김국환 소방관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피서객 역시 숨졌다.

범람을 막아야 할 둑이 무너져내렸다. 경기도 이천 산양저수지 둑 일부가 무너지면서 광주와 수원의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충북 음성의 오갑천 둑도 일부 유실돼 주변 주택과 과수원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댐과 저수지도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충북 음성의 주천저수지는 만수위에 도달해 저수지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음성 양덕리의 지방하천인 성산천도 범람 위기에 놓여 주민들이 대피했다.

서울에서는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급증해 한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잠수교 통행이 제한됐다. 잠수교 주변은 뿌연 비와 안개로 자욱했고, 한강은 흙탕물로 변해 콸콸 흘렀다. 서울 전역은 이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전국 철로와 차로도 산사태와 범람에 막혀 곳곳이 단절됐다. 철로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충북선과 태백선, 중앙선 철도 전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영동선은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오랫동안 교통이 통제되거나 정체를 빚었다.

이재민은 166세대(360명)가 나왔다. 체육관‧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일시대피자는 1447명에 육박했다. 부상자는 경기도 2명, 강원도 2명, 충북 2명 등 총 6명으로 집계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3시 대응수위를 비상 3단계까지 격상했다. 전날 오전 10시와 이날 오전 1시 비상 1·2단계를 발표했음에도 호우피해가 이어지자 대응수위를 올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