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MF·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코로나 위기 조기 극복?

입력 2020-08-02 17:12
최근 수출·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지표 개선
수출 넉 달만에 한 자릿수로 감소폭 줄어
생산·소비·투자 지표 줄줄이 반등
동행지수·선행지수도 5개월 만에 상승세 전환
코로나 2차 대유행, 미·중 갈등 등 낙관 이르다 지적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격을 입어온 한국 경제가 최근 들어 수출과 산업 활동 등 주요 지표가 잇달아 개선되면서 그동안 제기돼온 ‘코로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경기지수 회복이 빠르고,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수출이 예상보다 빨리 낙폭을 좁혀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재발 등 불확실성 요인도 많이 남아 있어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비록 ‘마이너스’였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4~5월에 수출이 25.5%, 23.7% 각각 감소했던 것보다는 낙폭이 많이 줄었다.


특히 컴퓨터와 반도체 등 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이 모두 회복세에 들어섰다. 대미 수출은 4~6월 모두 마이너스를 찍었지만, 7월 들어 7.7% 증가로 돌아섰다. 중국(9.6%)까지 합쳐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동시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를 찍은 것은 2018년 10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활동과 관련된 주요 지표에서도 반등 추세가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지난 4~5월 전(全)산업생산이 각각 5.2%, 5.7%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4~5월에 각각 -5.0%, -9.8%를 찍었던 광공업생산도 6월 들어 -0.5%로 낙폭을 줄였고 서비스업 생산 감소 폭도 4월과 5월 -6.1%, -4.0%에서 6월 -0.1%로 줄었다. 소매판매 역시 6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13.9% 증가해 3.4% 증가에 그쳤던 5월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현재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앞으로의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각각 96.7과 99.4로 전월 대비 0.2 포인트, 0.4 포인트 상승했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5개월 만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과거 IMF 위기 때 동행지수가 1997년 11월부터 1998년 8월까지 열 달 연속 감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8년 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상승세 전환이 빠른 편이다. ‘최악의 성적’을 예상했던 2분기 경제성장률(-3.3%)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 회원국과 비회원국인 중국을 포함한 14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 수출은 계속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해외의 방역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울러 최근 영사관 폐쇄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온 미·중 갈등이 다시 폭발하면 전 세계적인 수요 타격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