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홍콩 정부의 입법회(의회) 선거 연기 결정에 대해 “선거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입법회 선거를 그렇게 오랫동안 미룰 타당한 이유가 없다”며 “선거는 가능한 한 9월 6일에 가깝게, 홍콩인들의 의지와 열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홍콩은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또 하나의 도시가 되는 길을 계속 가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이 홍콩의 선거 연기 결정을 “민주적 절차와 자유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규탄한 데 이어 국무부도 가세한 것이다.
앞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입법회 의원 선거를 1년 미뤄 내년 9월 5일에 치르겠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이를 위해 비상대권을 동원했다. 홍콩 당국은 이와 함께 조슈아 웡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입법회 의원 선거 출마 자격도 박탈한 상태다.
홍콩 야당 의원들은 선거 연기를 정치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홍콩 민주화 진영은 지난해 11월 지방의회 선거에서의 압승 기세를 몰아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 총 70석 의석 중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였다. 홍콩 입법회는 지역구 35석과 직능대표 35으로 구성된다.
선거 연기 결정 이후 홍콩에선 현 입법회 의원 임기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홍콩기본법에 규정된 의원 임기는 4년이다. 다음 달 현 의원들의 임기가 끝나면 홍콩에는 법적으로 의회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년짜리 임시 의원을 임명하는 방안, 현 의원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어느 방식으로 결정되든 야당 의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