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어 KT도 넷플릭스 도입…고심 깊어진 SKB 행보는?

입력 2020-08-02 17:01 수정 2020-08-02 17:03

KT가 LG유플러스에 이어 넷플릭스 콘텐츠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IPTV 3사 중 유일하게 남은 SK브로드밴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 환경에 맞춘 무제한 월정액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서비스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방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 넷플릭스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넷플릭스가 TV 플랫폼 확대에 나서면서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KT 올레tv 사용자는 3일부터 셋톱박스 메뉴 내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 요금제인 월 9500원·1만2000원·1만4500원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올레tv 요금에 합산해 납부할 수 있다. 기존 넷플릭스 고객은 로그인을 통해 사용할 수 있고, 올레tv 내에서 신규 가입도 가능하다. KT는 9월 말까지 올레 tv와 기가인터넷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이용권 3개월분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제휴로 KT 서비스를 통해 하나의 넷플릭스 이용권으로 최대 4명의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TV는 물론 스마트폰, 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시청할 수도 있다. 기존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TV로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스마트폰과의 연동 기능을 사용했던 것에 비춰볼 때 한결 편리한 시청환경을 제공한다.


모델들이 올레 tv에서 제공하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넷플릭스는 KT와 이번 제휴를 계기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완전히 정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 올레tv 가입자는 738만7514명, 점유율 21.96%로 유료방송 사업자 중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부터 넷플릭스와 제휴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가입자 436만4601명(12.99%)을 더하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 이상이 IP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KT는 최근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 사업자 현대HCN의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넷플릭스와의 제휴에도 성공하면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인터넷사업자와 해외 CP(콘텐츠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망 사용료 관련 법적 리스크에도 대비했다. KT는 향후 넷플릭스와의 후속 협상에서 망 이용과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 시행령을 준수한다는 내용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이 나오는 9월 이후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28일 영화 월정액 서비스 OCEAN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제공


경쟁사들의 잇따른 제휴에 SK브로드밴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3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관련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어 양사 간 제휴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 제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망 사용료 분쟁·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이른 시일 내 결과를 도출하기도 쉽지 않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B tv 보유 콘텐츠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OTT 성격의 ‘오션’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당분간은 독자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변하는 OTT 시장에서 상황은 빠르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이 국내 사업자 독자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이 되다 보니 해외 사업자와 제휴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넷플릭스에 맞서 한국을 포함한 각 지역에서 현지 사업자와 본격 제휴 논의에 나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모회사인 SK텔레콤 측에서 국내 OTT 경쟁력 확보를 위해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과의 합병 제의에 나서기도 했다. SK텔레콤과 국내 지상파 3사가 연합해 만든 OTT 웨이브가 정체 상태인 만큼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국내 사업자와 힘을 합해 돌파구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글로벌 1위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막강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외부활동 자체 영향으로 영향력은 더 커졌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넷플릭스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637만명으로 지난해 5월(252만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