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음 시즌 수문장 자리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현지에서 의외의 이적설이 제기됐다. 이른바 ‘트레블(3관왕)’의 주역으로 맨유 골문을 지켰던 피터 슈마이켈의 아들 캐스퍼 슈마이켈(33)이 주인공이다.
일간 더선은 맨유가 현 주전 골키퍼인 다비드 데헤아(29)를 대신해 슈마이켈을 영입 후보군에 올렸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 시즌에도 데헤아를 믿고 골문을 맡기거나 잉글랜드산 유망주 딘 핸더슨(23)을 복귀시킬 것이란 지금까지의 보도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현지에서도 해당 보도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슈마이켈은 레스터의 동화같은 EPL 우승 이야기에서 주역이었던 선수다. 아버지가 맨유의 라이벌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뒤 맨시티의 유소년으로 자랐지만 조 하트 등 당대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 골키퍼에게 밀리면서 레스터로 이적, 늦게야 빛을 발했다.
슈마이켈은 신장이 189㎝로 골키퍼로서는 크지 않지만 순발력과 상황 판단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스터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리그 전 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다. 다만 지난 맨유와의 리그 최종전에서는 후반 막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맨유 제시 린가드에게 추가골을 내주기도 했다.
더선은 슈마이켈이 후보군에 추가된 데 대해 데헤아의 주급이 지나치게 높은데도 수년째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점, 핸더슨에게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슈마이켈은 아직 레스터와 계약기간 3년을 남겨뒀지만 비교적 높은 이적료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데헤아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은 주급은 덤이다.
더선은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이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 데헤아의 잦은 실수를 더는 눈감아주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더선은 “지난 수주 동안 솔샤르 감독이 코치진과 함께 데헤아의 최근 몇 시즌 활약을 면밀하게 분석했다”면서 “헨더슨에게도 맨유의 주전이 되려면 1~2년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솔샤르 감독은 다음 시즌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진지하게 도전하기 위해서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골키퍼 자원을 원하고 있다. 슈마이켈은 그간 덴마크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왔고 EPL 우승 경험까지 있다는 설명이다. 레스터가 리그 우승 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을 때도 8강까지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핸더슨의 경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주전 골키퍼로 내년 유로 대회에 내세울 게 유력하지만 아직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는 않다. 데헤아는 스페인 국가대표로 자주 출장해왔지만 월드컵 등 규모가 큰 국제대회에서도 기대보다 저조한 활약을 했다. 강팀인 스페인의 전력 상 상대 슈팅기회가 잦지 않았음에도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에도 이미 34세였던 에드윈 반데사르를 풀럼에서 영입해 성공했던 사례가 있다. 반데사르는 당시에 이미 아약스와 유벤투스라는 유럽 빅클럽을 거쳤지만 전성기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쳐 맨유가 다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며칠 전 슈마이켈의 부친인 피터 슈마이켈은 다음 시즌에도 맨유가 데헤아를 믿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비인(beIN)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데헤아는 EPL에서 가장 뛰어난 골키퍼 중 하나다. 앞으로 전성기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샤르 감독이 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면서 데헤아가 여기 몇 년간 적응하지 못했다. 데헤아가 자신의 경기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맨유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 데헤아를 수문장으로 삼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데헤아가 너무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